어쩔 수 없는 축구인이다. 최근 몇 년, 예능 스타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역시 안정환은 필드 위에 있을 때 가장 안정환답다. 감독으로 선수들의 면면을 살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청춘FC’의 감독 안정환은 여느 때보다 빛이 났다. 심부름을 가는 아들을 보고 짠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거나, 강호동의 호통에 툴툴거리는 신입 예능인(?)의 모습도 그가 맞았지만, 확실히 자신의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더욱 보기 좋았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일레븐'(연출 최재형 이하 '청춘FC')에서는 벨기에로 전지 훈련을 가게 된 20명의 선수들과 감독단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안정환은 도착하자마자 선수들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벨기에 공항에서부터 들뜬 마음에 해이해진 선수들의 모습에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는 “이럴 때가 아니”라며 선수들을 다그쳤고, 그로 인해 20명은 다시 한 번 정신무장을 할 수 있었다.
벨기에의 숙소에 도착해 안정환은 선수들에게 “6주간 결과물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 사진 몇 장 가지고 갈래? 좋은 걸 가지고 갈래? 원래는 18명인데 여기서 또 추려야하는 시기가 올 수 있기에 ‘나는 괜찮겠지' 그런 생각을 안 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그 말의 효과는 있었다. 멤버들은 그 때부터 행여 마음이 풀어져 안정환의 눈에 벗어나게 될까 바싹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날카로웠지만, 특유의 유머감각과 따뜻한 마음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특히 이운재와의 ‘케미스트리’는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 할 만큼 유쾌했다. “팀보다 위대한 사람은 없다. 팀이 있어야 개인이 있다”는 이운재에게 “요즘 책 보나봐?”라고 쏘아 붙이거나, 부상을 입은 골키퍼 이도한을 대신해 “형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그를 당황하게 하는 안정환은 장난 가득한 예능인 그 자체였다.
또 안정환은 유니폼을 못 챙겨와 첫날 아침부터 전전긍긍했던 한 선수에게는 “정신 나간 X아"라고 말하긴 했지만 ”알았어, 신경 쓰지 말고, 친구들 것 빌려 입고, 벌금 10유로를 내라“고 말하며 따뜻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감독 안정환의 카리스마와 지도력은 벨기에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그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지 않게, 골을 차는 훈련보다 뛰는 훈련을 더 많이 시켰고, 필드 위 제자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스케줄을 조절했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들이 휴식을 취하기보다 게임을 하거나 모바일 기기들을 이용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고는, 선수들 스스로 이를 반납하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능인 안정환도, 축구인 안정환은 좋지만, 확실히 그가 더 빛나는 곳은 필드였다. 과연 그가 때로는 동생들처럼, 때로는 자식들처럼 돌보는 청춘FC 멤버들이 훈련을 잘 마치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이는 감독 안정환의 역량을 보여주는 좋은 척도가 되줄 것이다.
한편 '청춘FC'는 축구를 포기할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그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운 유망주들의 도전을 통해 진짜 축구 인생 스토리를 담아내고 재기의 기회와 발판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eujenej@osen.co.kr
'청춘F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