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가수야!'
나이와 직업 등 신분을 숨기고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만 노래 대결을 펼치는 게 '복면가왕'의 기획의도이자 가장 큰 재미인데, 한동안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던 가수가 복면을 벗고 나타날 때면 마치 연락이 닿지 않던 동창을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숨어있던 가수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냈는지 제작진의 섭외력에 한 번 놀라고, 그들의 폭발할 듯한 가창력에 두 번 놀란다. 그리고 감탄하게 된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10대 가왕을 향한 도전자 8명의 노래 경연이 펼쳐진 가운데 가수 허공, 이영현, 알렉스, 김바다가 복면을 벗고 환한 얼굴을 공개했다. 예능에 첫 출연한 가수도 있고, 공백을 깨고 오랜만에 등장한 가수도 있어 반가움이 배로 늘어났다.
가장 먼저 등장한 허공은 "점점 내 이름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동생 허각과)똑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동생의 이름으로 불려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나만의 장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허공이라는 사람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허각의 쌍둥이형 허공은 동생의 명성에 가려져 주목을 덜 받아왔다. 그러나 가창력을 오롯이 드러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빅마마 출신 이영현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공룡 복장을 자비로 준비했을 만큼 적극적이었다. "여가수 중에 저 같은 몸을 가진 가수가 많지 않다. 편견 없이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쉬면서 목소리가 많이 바뀌었다. 트레이닝을 많이 했고, 바뀐 목소리를 평가받고 싶어 감췄다. 가면 한 장 차이가 참 편하게 노래하게 한다"고 속내를 전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매너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원조 '심쿵남' 알렉스의 등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는 "모든 가면 아래 목소리는 평등하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숨겨왔던~'으로 노래를 시작해야 됐고, 요리 잘 할 것 같다 등 나를 가둬온 편견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유쾌한 소감을 전해 웃음을 안겼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알렉스가 마이크를 통해 인사를 하는 순간 객석은 열기로 가득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김바다는 "내 얼굴을 보여주고 노래하면 록이라고 선입견을 갖는다. (복면가왕은)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후련하게 뿌리고 멋지게 사라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록이라는 음악이 잘못 알려졌다. 마이너적이고 무겁기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록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김바다는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의 OST를 부른 적은 있지만 예능 출연은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모았다.
이날 귀여운 튜브소년 허공과 꽃을 든 꽃게가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아이유와 임슬옹의 '잔소리'를 불렀다. 허공은 시원한 목소리로 가창력을 드러냈고, 꽃게는 통통 튀는 목소리로 고저음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판정단의 투표 결과, 꽃게가 52 대 47표로 허공을 꺾고 2라운드에 올랐다. 튜브소년 허공은 이승철의 '말리꽃'을 부르며 복면을 벗었다.
이어 노래하는 트리케라톱스 이영현과 네가 가라 하와이가 높은 음자리의 '바다에 누워'를 불렀다. 두 사람은 폭발적인 성량을 자랑하며 객석을 압도했다.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이었다. 선호도 조사 결과, 하와이가 2라운드로 진출했다.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을 부른 트리케라톱스는 그룹 빅마마 출신 이영현으로 공개됐다.
세 번째로 공중부양 열기구 알렉스와 나는야 바다의 왕자가 무대에 올라 정재욱의 '잘가요'를 불렀다. 두 사람은 부드러운 음색을 자랑하며 관객들을 노래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판정단의 선호도 조사 결과, 열기구가 41 대 58로 패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복면을 벗었고 정체는 알렉스였다.
끝으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오비이락과 커트의 신 가위손 김바다가 김건모의 '서울의 달'을 부르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가위손은 시작부터 파격적인 목소리로 객석을 압도했다. 거칠고 투박한 톤이 매력적이었다. 반면 오비이락은 한 많은 목소리로 걸쭉하게 노래를 뽑아내 판정단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투표 결과 오비이락이 72대 27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위손을 이겨 2라운드로 진출했다.
한편 9대 가왕을 차지한 고추아가씨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입이 간질간질하다"며 "(시청자들에게)진심으로 다가가면 좋아할 것 같다"면서 행복한 심경을 밝혔다.
한 번이라도 '복면가왕'을 본 시청자라면 알고 있다. 가수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헤어나올 수 없는 마력이 있다는 사실을. 10대 가왕에 도전한 8명의 가수들은 빼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며 사람들에게 '복면가왕'이 세상에 둘도 없는 음악쇼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purplish@osen.co.kr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