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의 집’이 아쉬움 가득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악인 천호진의 급작스러운 개과천선은 다수의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했고, 사랑을 이룬 이상엽·채수빈, 이준혁·경수진의 러브라인도 많은 부분이 생략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 마지막회에서는 태수(천호진 분)가 용서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태수는 친구 상준이 생전에 자신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참회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악행을 털어놨다. 태수는 “내가 상준의 전재산을 훔쳤다. 나를 믿어 준 친구의 가족을 속여 주식을 헐값에 매입했고, 그 친구의 가족들을 집에서 내쫓았다. 그렇게 나는 훔친 그 친구의 재산으로 회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태수는 그간 상준 가족들에게 모질게 굴며, 거짓말을 이어가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분노하게 한 바 있다. 외로웠던 태수는 자신의 전부인 가족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후회 속에 살게 만든 과거 행동을 정당화했던 것. 하지만 죽은 친구의 진심을 알고 한순간 변모하는 모습은 시청자에 의아함을 안겼다. 또 그는 양심선언을 한 뒤에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모든 죗값을 치른 모습. 다시 명성을 되찾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악인에 대한 통쾌한 결말을 기대했던 시청자를 김새게 했다.
1년 뒤, 태수는 상준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용서받고 진정한 가족으로 인정받았다. 태수의 악행으로 인해 생이별해야 했던 은수(채수빈 분)와 현도(이상엽 분)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통성명하며 다시 사랑을 시작했고, 둘 사이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던 지완(이준혁 분)과 영주(경수진 분)는 손을 잡는 것으로 둘의 사랑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미진(엄현경 분)과의 삼각 러브라인에서 초반부터 멀찍이 밀려났던 영주는 마지막 장면에서야 드디어 활짝 웃는 모습으로, 급작스럽게 마무리된 이들의 이야기 또한 아쉬움을 남겼다.
‘파랑새의 집’은 초반 오포세대 청춘의 좌절과 성장을 깊이 있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지상파 ‘미생’으로 관심을 끈 바 있다. 하지만 은수 출생의 비밀 이야기와 친구를 배신한 태수의 거짓말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재방송을 보는 듯한 더딘 전개가 이어져 시청자의 원성을 자아냈다. 이후 극의 중심을 찾아온 주인공 지완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달려들었지만 결국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족극에서는 복수보다는 용서와 화합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익숙하지만, ‘파랑새의 집’은 시청자를 끌고 나가는데 미흡한 점을 여실히 드러냈고, 이는 시청률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극 초반 작가 교체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전개를 보인 ‘파랑새의 집’은 천호진, 최명길 등 배우들의 열연에도 방송되는 내내 시청률 30%대를 한 번도 돌파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했다.
후속으로는 ‘부탁해요, 엄마’가 방송된다. ‘집에서만 벗어나면 행복’ 이란 생각을 가진 딸과 진애, ‘니들이 엄마를 알아? 내 입장 돼봐!’라고 외치는 엄마 산옥(고두심 분), ‘난 누구보다 쿨한 시어머니가 될 거야’ 라고 마음먹고 있는 또 다른 엄마 영선(김미숙 분)이 만나 좌충우돌 가족이 되어가는 유쾌한 주말극이다. 오는 15일 저녁 7시55분 첫 방송된다./jykwon@osen.co.kr
‘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