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깊은 대기록이다. 일제시대 독립군의 활약상을 그린 대작 '암살'이 이번 여름 천만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개봉 영화 가운데 첫 천만이고 최동훈 감독의 생애 두 번째이자 '도둑들'에 이은 한국영화 사상 동일 감독의 첫 연속 천만이라는 기록들은 잠시 제쳐두자.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다. 일본 아베 정권이 시시때때로 망언과 망발을 일삼으며 일제 강점기 온갖 만행에 대한 사과는 커녕, 한민족을 비합리적이고 꽉 틀어막힌 옹고집으로 몰아부치는 가운데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딱 그 타이밍에 '암살'은 독립군의 처절한 희생을 잊고 살았던 우리 세대에게 그 시절 그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
1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은 지난 주말(7일부터 9일까지) 107만 9,4722명을 동원, 누적 관객수 897만 3,070명을 기록했다. 개봉 20일(7월 22일 개봉)만에 9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것이다.
‘암살’은 예매율에서도 '베테랑'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관객들의 사랑 속에 천만돌파 청신호를 켰다. ‘베테랑’의 무서운 흥행돌풍과 시너지 효과를 이루는 쌍끌이 흥행으로 관객들의 발길이 극장가에 몰리는 것도 '암살' 흥행에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암살'이 빠른 속도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충무로 대표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스토리와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명배우들이 선보인 열연 덕분. 뿐만 아니라 기가 막힌 타이밍의 개봉 시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충무로에선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개봉 시기가 흥행을 좌지우지 한다고 볼 정도로 개봉 시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 순제작비 180억 원 가량 들어간 '암살'이기에 일년 중 가장 큰 시장인 여름에 개봉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여기에, 광복 70주년이라는 최적의 조건이 붙었다. '암살' 메가폰을 잡은 최동훈 감독과 제작을 담당한 케이퍼필름이 광복 70주년을 맞춰 개봉하겠다는 의도를 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광복 70주년은 '암살'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중.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암살'이기에 독립군, 일제시대 등 광복 70주년과 맞물리는 소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종합편성채널에선 광복 70주년을 맞아 '암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국회에서 '암살'이 상영되기도 했다. 관객들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암살'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있다.
'명량', '변호인' 등 그간 천만 영화의 조건들을 생각해 봤을때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이슈가 있으면 그 영화의 천만 관객이 보였다. 현재 '암살' 역시 그런 상황. '암살'이 이 분위기를 이어 천만 돌파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trio88@osen.co.kr
'암살'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