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가 오는 13일 막이 오른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무한도전’ 가요제는 벌써 5회째를 맞았다. 강변북로 가요제와 올림픽대로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한강 둔치에서 조용히 열렸던 1회와 2회를 제외하고 언제나 큰 관심 속에 떠들썩하게 개최됐다. 늘 어마어마한 관객 동원을 했던 이 가요제는 준비 과정이 방송을 통해 모두 공개되며 평소 잘 몰랐던 숨은 진주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톱가수의 색다른 면모를 만나는 기회도 있었다.
‘무한도전’의 가요제는 언제나 시끄러웠다. 이들의 엄청난 영향력은 가요계를 뒤흔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이 부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요제 수록 음원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음원 발매 전부터 밴드 혁오와 자이언티의 과거 발매 음원이 ‘역주행’을 통해 뒤늦은 음원 차트 1위를 했다.
이렇게 가요계를 집어삼키다보니 프로그램 인기로 만든 비정기적인 기획성 음반이 가요 생태계를 어지럽힌다는 문제 지적은 가요제가 열릴 때마다 벌어지는 입씨름이다. 대중이 듣고자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항변도 설득력이 있다. ‘무한도전’ 가요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은 당연지사. 분명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2년마다 벌이는 축제는 새로운 스타 탄생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 타이거JK&윤미래, 이들을 예능에서 볼 줄이야
힙합 부부 타이거JK와 윤미래는 2009년만 해도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스타들이 아니었다. 대중에게 다소 멀게 느껴졌던 힙합 가수, 이들은 ‘무한도전’ 1회 가요제인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에 출연했다. 힙합계의 전설이지만 당시만 해도 장르적인 특성상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소탈한 인간미, 유재석과의 빼어난 웃음 조화는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이들이 부른 ‘렛츠 댄스’는 흥이 넘쳐 여름마다 생각나는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타이거JK와 윤미래가 ‘무한도전’ 출연 이후 발매한 힙합 앨범은 힙합은 큰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이들은 MBC 음악 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 정재형, 엘리트 뮤지션이 새침한 매력을 뽐낼 때
정재형은 ‘무한도전’이 재발견한 대표적인 스타다. 1995년 베이시스로 데뷔한 그는 클래식을 접목한 엘리트 뮤지션으로 유명했다.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정형돈과 호흡을 맞추면서 반전이 이뤄졌다. 털털한 정형돈과 새침한 정재형은 묘한 조합을 형성했다. 특히 정재형의 방정맞은 목소리와 잘 삐치는 성격은 ‘무한도전’의 귀여운 자막과 만나 인간 정재형의 매력을 높였다. 음악을 할 때는 한 없이 진지하나 ‘무한도전’에서 즐길 때는 한 없이 망가지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정재형이 만든 ‘순정마초’는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쓸었다.
# 인디 음악의 샛별, 십센치의 부상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또 다른 스타가 있었다. 바로 십센치다. 인디 음악계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이 듀오는 ‘무한도전’ 출연 이후 대중 음악계로 올라왔다. 특유의 끈적거리면서도 섹시한 목소리는 중독성이 강했다. 2015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밴드 혁오 같은 급상승세였다. 지금은 늘 통하는 조합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무한도전’과 인디음악의 만남의 시작은 십센치였다. 십센치가 유명세를 타고 ‘무한도전’은 인디음악 가수를 수면 위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별다른 예능감을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예능에서 보기 쉽지 않은 이들의 출연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들은 하하와 ‘죽을래 사귈래’, ‘찹쌀떡’을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 도대체 장미여관이 누구야?
노래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지만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장미여관. 이들은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뭉클한 소감을 남겼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던 멤버들의 모습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꽤 많은 시청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명장면이다. 장미여관은 2013년 자유로 가요제에서 노홍철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평소보다 신난 음악이었던 ‘오빠라고 불러다오’ 무대를 꾸미며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사실 2013년 가요제부터는 ‘무한도전’이 위험한 모험을 하기에는 가요제의 덩치가 너무 커져버린 상황이었다. 허나 ‘무한도전’은 또 다시 다양한 음악을 펼칠 수 있는 가수 구성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기획의도를 잃지 않았다.
# 밴드 혁오, 2015년 최대 히트상품 등극
큰 이변이 없는 한 혁오는 올해 최대 히트상품이 될 조짐이다. ‘무한도전’ 출연 이후 이들이 과거에 발표한 노래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혁오는 프로그램 출연 전부터 '위잉위잉'과 '와리가리' 등 독보적인 음악으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인디 음악계에서는 스타였지만 유명하진 않았던 이들이 ‘무한도전’을 만나 십센치, 장미여관에 이어 대박을 터뜨렸다. 무엇보다도 혁오의 리더이자 보컬인 오혁의 느릿느릿한 말투, 뭔가 졸린 듯 보이나 귀여운 외모(누군가는 송일국의 세 쌍둥이 중 막내인 만세를 닮았다고 한다)는 여성 팬들을 무한 생산하고 있다. 음악성과 함께 대중적인 흡인력까지 갖추게 된 혁오의 상승세는 이제 시작됐다.
한편 오는 13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 열리는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유재석&박진영, 박명수&아이유, 정형돈&밴드 혁오, 정준하&윤상, 하하&자이언티, 광희&지드래곤&태양이 무대에 오른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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