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형돈과 손잡으면 뜬다? 정형돈이 어쩌다 보니 미다스이 손이 됐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그와 손을 잡는 가수들이 큰 주목을 받으니 가요제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가요제의 가장 큰 관심은 정형돈과 호흡을 맞추는 밴드 혁오다. 짝꿍 정하는 과정에서 정형돈의 1순위가 아니었을 때부터 이들의 만남은 삐걱거리는 재미가 있었다. 혁오의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다면서 투덜거리고, 재미를 위해 음악을 쭉쭉 만들라고 압박하는 정형돈. 그런 대선배의 압박에 기가 죽었다고 말하면서도, 불만 토로는 빼놓지 않는 당찬 신예 혁오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사실 정형돈은 올림픽대로 가요제에서 호흡을 맞춘 에픽하이를 제외하고 3번의 가요제에서 음악을 만들 때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정재형, 2013년 자유로 가요제에서 지드래곤, 그리고 올해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혁오까지. 정형돈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달달한 조합을 만들어가며 가요제 준비과정을 보는데 있어서 흥미로운 조합이었다.
정재형과는 성향이 너무 달라 서로 불편해하는 게 보여 재미가 있었고(나중에는 어색한 조합이 재미가 돼 편안하게 다가왔다), 지드래곤과는 마치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는 듯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는 연인 같은 모습이었다. 정형돈은 예능에서 투덜거리는 모습이 많은데, 이 같은 투덜거림은 가요제의 짝꿍 앞에서도 이어졌다. 짝꿍마다 이를 받아치는 방법이 달랐는데, 정재형은 새침하게 삐쳤다. 지드래곤은 능구렁이마냥 정형돈을 휘어감아 음악적인 의견을 따를 수밖에 우위를 점했다. 혁오는 정형돈의 귀여운 윽박지름에도 굴하지 않고 의견을 개진하며 꿋꿋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웃겼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즐거운 음악을 시청자들에게 선물하는 것뿐 아니라 준비과정에서 멤버들이 친밀해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정형돈은 유대관계를 만들어가는데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가요제에서 어떤 가수와 만나도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무대에서 언제나 촌스러운 패션감각을 뽐내며 재미를 선사하고, 매번 의외의 음악적 실력을 보여주며 반전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그가 가요제의 남자로 불리는 이유다. 정형돈은 가요제 뿐만 아니라 절친한 데프콘과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듀오를 결성해,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등을 인기곡으로 만든 바 있다.
정형돈은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무한도전’은 물론이고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주간아이돌’의 장수 방송을 이끌고 있고, 대세 예능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흥행을 책임지고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무한도전’이 아닌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정형돈은 이 같은 징크스를 깨며 스스로 농담처럼 말하는 ‘예능계 4대천왕’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정형돈 스스로 만들어낸 별명이라 ‘4대천왕’ 중 나머지 3명이 불분명하지만 말이다.
한편 오는 13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 열리는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유재석&박진영, 박명수&아이유, 정형돈&밴드 혁오, 정준하&윤상, 하하&자이언티, 광희&지드래곤&태양이 무대에 오른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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