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외강내유' 캐릭터다.
드라마 '미세스캅'에 나오는 경찰 아줌마 최영진말이다. 겉으로는 너무 당당하고 뻔뻔하게 소리쳐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에 혹여나 누군가 상처를 입진 않았는지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 따뜻한 여자다.
어떤 때는 다혈질처럼 불 같이 화를 내며 사건 현장에 뛰어들어 놀랍기도 하다.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을 향한 뜨거운 애정, 자신의 동료는 끝까지 믿고 따르는 의리를 탑재했다. 따스하게 자리잡은 저 깊은 속내부터 마음을 흔드는 애틋한 눈빛까지, 모두 배우 김희애를 통해 최영진이 오롯이 그려지고 있다.
김희애는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극본 황주하, 연출 유인식 안길호)에서 경찰로서는 백점이지만 엄마로서는 빵점인 강력계 형사 최영진을 연기한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고급진' 김희애의 모습에 익숙했기 때문에 캐주얼한 차림새에 걸쭉한 욕을 내뱉는 그녀의 변신이 다소 어색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희애는 특유의 '외유내강'의 성격을 살려 '외강내유'한 최영진을 삶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희애식 연기로 정의와 사랑을 말하는 것이 최고의 드라마로 끌어올리는 데에 큰 몫을 더하는 중이다. 전작 '밀회'에서 20대 청년과 사랑에 빠진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오혜원은 없다.
지난 10일 방송된 '미세스캅' 3회는 대나무처럼 올 곧은 최영진 경감이 세찬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연쇄 강간살인범에게 의도적으로 총을 쏜 것이라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영진은 이날 "총을 의도적으로 발포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한참동안 고민을 하다 "맞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앞서 영진은 강간범을 체포하면서 비아냥거리는 범인의 말에 흥분해 다리에 총을 쏘았다. 사실 흉악범을 처치하기 위해 단박에 심장을 노릴 수도 있었지만,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영진의 착한 마음이 발동한 탓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터이다. 그는 동료이자 자신을 짝사랑하는 박종호(김민종 분)에게 "미안하다, 네 부탁을 못 들어줘서"라고 사과했다. 과잉 진압이라는 이름 아래 영진은 파출소 소장으로 강등됐고,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날 영진은 외로운 수사를 시작했다. 연예인 지망생인 18세 이미경이 사망하면서 그 진실을 파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앞서 영진이 노래방 단속을 하다 미경을 만난 적이 있기에 그 아이에게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소녀의 죽음을 방관했다고 여긴 영진은 후배 조재덕(허정도 분)을 찾아가 술을 마시며 "미경이가 내 딸이었어도 그냥 보냈을까"라고 반문하며 "근데 난 왜 죽은 애한테 미안해죽겠지"라고 괴로운 심경을 드러냈다. 이에 재덕은 "과도한 오지랖이다. 우리가 점쟁이냐"며 마음의 짐을 덜으라고 위로했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미경은 KL 그룹 강태유(손병호 분) 회장의 아들과 옥신각신하다 머리를 부딪혀 숨졌고, 강 회장이 아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자살로 위장한 것이다. 그러나 영진은 미경이 사망 전날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고,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해 밤이 새도록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결국 영진은 미경이 살인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상사의 허락 없이 부검을 통해 미경이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사망했다는 진실을 밝히게 됐다.
그러나 강 회장의 방해 공작으로 위기에 놓였다. 과연 진범이 순순히 잡히게 될까. 앞으로 영진이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미친X"라고 내뱉는 김희애의 욕 연기는 조금도 추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짱과 '똘끼'가 김희애는 최영진이라는 착각을 하게 할만큼 인물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특히 범인과 육탄전을 벌인 후 분노하는 광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입이 떡 벌어지는 김희애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한편 '미세스캅'은 정의롭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경찰 아줌마의 활약을 통해 대한민국 워킹맘의 위대함과 애환을 그린 드라마다./ purplish@osen.co.kr
'미세스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