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최동훈 감독의 대작 '암살'이 11일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2012년 '도둑들'로 당시 한국영화 최다관객 신기록(1302만명)을 세운데 이어 맞이한 최 감독의 생애 두 번째 천만 영화 도전이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 첫 천만영화 탄생도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현재 천만 돌파 한국영화는 모두 11편이다. 외화까지 포함하면 15편.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흥행 1위는 최민식 주연의 '명량'으로 모두 1761만명을 동원했다. 황정민 김윤진 주연의 '국제시장'이 1426명으로 2위. 그리고 '도둑들'을 필두로 '괴물'(2006년), '왕의 남자'(2005), '태극기 휘날리며'(2004), '해운대'(2009), '실미도'(2003), '광해'(2012) '변호인'(2013), '7번방의 선물'(2013) 등이 있다. 외화로는 '아바타' '어벤져스' '겨울왕국' '인터스텔라'가 천만의 위업을 달성했다.
첫 포문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열었다. 당시 누구도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천만관객의 꿈을 이루고 한국영화 르네상스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다. 인구수 5천만의 대한민국에서 영화 한 편이 천만관객을 돌파할려면 단순 계산으로 5명 가운데 1명이 극장문을 들어서야한다. 실제로는 영화 관람이 가능한 청소년, 성인 인구만 따져야하니 그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그럼에도 '실미도' 이후 바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천만을 넘어섰고, 100억원 이상 제작비를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 아닌 중간 규모의 '왕의 남자'나 '7번방의 선물' '변호인'까지 기록 대열에 합류, 국내 극장가에서 천만영화 타이틀은 더이상 별을 따는 꿈이 아니게 됐다.
천만돌파 한국영화 11편을 살펴보면 모두 탄탄한 스토리와 안정된 연출, 그리고 주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등 3박자를 제대로 갖췄다. 물론 이 3박자를 갖춘 영화들은 해마다 여러 편씩 나오지만 천만관객 영화는 여기에 몇 가지 필수조건을 더 필요로 한다.
첫째는 '누구 누구도 다 봤으니 나도 봐야된다'는 한국인 특유의 군중심리가 작용하는 게 중요하다. 중 장년층은 물론이고 10년에 한 번 극장 나들이를 할까말까 하는 70대 이상 노년층까지 엉덩이를 들어야 천만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둘째는 배급사와 배급시기다. 막강한 배급사가 개봉 첫 날부터 스크린을 몰아주고 집중적으로 밀어주지 않으면 천만 돌파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 극장가에 찬바람 쌩쌩부는 비수기거나 강력한 경쟁작들이 대거 포진해 관객 나누기를 하는 경우에도 기록 달성은 힘들어진다. 배급사와 시기에 상관없이 천만의 꿈을 달성한 영화로는 입소문을 타고 개봉 2주차부터 본격적으로 관객몰이에 나선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정도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문제는 첫째 요인보다 둘째 요인이 더 강력하게 작용해서 천만을 돌파했을 때 발생한다. 독과점이나 다름없는 재벌급 배급사들이 온갖 파워를 동원해 적정 수준 이상으로 관객수를 끌어올려 비난을 자초하는 경우다.
그래서 한국영화 흥행순위에는 900만명 대 작품이 적다. '설국열차' '암살' 관상' '아이언맨3' 등 네 편 뿐이다.
천만영화들은 대개 모두 관객 800만을 넘어서기 직전부터 전 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군중심리 신드롬을 일으켰고 자연스럽게 900만 고지, 천만고지를 돌파했다. 이런 과정에서 과거에는 일단 900만명을 넘어서면 '스크린 몰아주기' '1+1 티켓 할인'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천만영화 타이틀을 따내려고 용을 쓰는 배급사들의 꼼수가 작용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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