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백종원 쿡방-김영만 종이접기, 팍팍한 현실은 가라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8.11 10: 24

현실이 팍팍하고 힘들 때 서민들은 TV와 극장에서 위안을 찾는다. 불경기일수록 극장 관객이 늘어나고 TV 시청률이 올라가는 배경이다. 요즘 서민 경기는 밑바닥을 치고 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88만원 세대라는 젊은 층들은 일자리 찾느라 생고생이고 주부들은 올라가는 물가에 한숨 짙는다. 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누구한테 위로를 받아야되지?
백종원의 쿡방과 김영만의 종이접기가 인터넷 방송에서 화제와 인기를 독차지 한 이유는 이 둘의 진솔하고 따뜻한 마음이 전파를 통해 시청자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까닭이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쉬운 요리 방송으로 막강한 시청자들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는 백종원이나 이젠 어른이 된 ‘어린이 친구들’을 따스하게 감싸며 백종원을 누르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김영만. 두 사람 모두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 '백선생'으로 통하는 백종원은 여러 출연 프로그램들에서 거창한 재료 없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한다. “우리는 그런 것 없어유”, “누가 그런 재료를 집에서 사겠슈” 구수한 사투리를 주저하지 않고 섞어가며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뚝딱뚝딱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중이다. 백종원이 가르치는 쉬운 요리는 “참 쉽죠잉?”이라는 그의 유행어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백선생이 가르치는 고급 요리는 셰프들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값비싼 식재료를 쓰지 않고도 레스트랑에서 사 먹어야했을 진수성찬이 집안 식탁에 차려진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마법이 아니고 현실을 바꿔나가는 비결을 가르치는 게 백선생의 교수법이다. 
음식을 만들다가 짜면 물을 넣거나 재료를 더 넣어 쉽게 수습하고 간 못 맞추는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인마냥 넘어가는 그의 모습. 요리를 할 때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든 그의 마법은 단순히 정보 전달 차원을 넘어 감동의 물결로 이어진다.   
김영만도 마찬가지다. 김영만은 이제 성인이 된, 그리고 자신의 방송을 보며 자란 이들에게 여전히 코딱지, 어린이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어른이 됐으니까 잘할 것이라는 위로, 그리고 젊은 엄마들에게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라는 연륜이 담겨 있는 조언이 이어졌다.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의 솜씨가 서툴러도 괜찮다고, 어린이들은 그래도 된다고 말하는 그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미 다 큰 어른이었지만 어린시절 뭐든지 다 만들어줄 것 같았던 종이접기 아저씨는 그렇게 어른들을 위한 진짜 어른이었다. 김영만의 따뜻한 종이접기와 조언은 날선 경쟁에 지친, 그리고 어른이 됐지만 세상살이에 상처 받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이자 희망을 안겼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 조금은 버벅거려도, 종이접기를 하는데 있어서 조금은 못생기게 만들어도 괜찮다는 백종원과 김영만이 남긴 그 한 마디는 그 자체만으로 지금 이 순간도 좌절하는 많은 이들에게 위안의 순간이 됐다. 종이접기 연구가 김영만이 철옹성 같이 단단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벽을 무너뜨렸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날 수 있을까. 김영만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백종원은)정말 최고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거기까지 올라간 사람이 아니냐. 어느 누구도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다. 같은 업종에서 반대 세력도 있을 법한데 그런 사람들도 없고 얼굴도 참 잘 생겼다.(웃음) 소통도 잘하고 참 푸근한 사람 같다.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각방에 들어가서 개인방송을 하다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게 만드는 방식이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전화번호를 얻어 연락이 닿는다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mcgwire@osen.co.kr
'마리텔'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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