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슈퍼아이돌', 중국 한류의 가능성…'청신호 켰다'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8.11 10: 35

  일본을 향했던 한류가 어느덧 그 방향키를 돌려 중국을 향하고 있다. 중국을 두고 방송 연예 관계자들은 '기회의 땅'이라고 말한다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차이나 드림'을 실현하고자 국내 아이돌 그룹에 중국인 멤버를 투입했지만, 잇단 이탈 현상에 씁쓸함도 맛봤다.
방송 제작 현장도 그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파이가 줄어든 국내 예능 전쟁터의 새로운 돌파구로 손꼽혔다. 아직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고, 이른바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자본력이 뒤따르는 곳으로 판단됐던 것. 하지만 그 무한한 가능성 만큼이나, 그에 상응하는 위험요소를 감내해야 하는 게 제작사들이 겪어야 할 현실이었다.
최근 MBC는 중국 방송 CCTV1과 정식 계약을 맺고, '중국판 무한도전'을 선보이겠다고 했지만, 지난 6월부터 현지 방송된 동방 위성TV의 '짝퉁 무한도전' 격인 '극한도전' 때문에 뒷목을 잡아야만 했다. 10월부터 방영될 '중국판 무한도전'이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를 무조건적인 적신호로 받아들이기엔 이르다. 여전히 많은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대륙에서의 한류 청신호를 켜기 위해 노력을 쏟아붓는 중이다. '런닝맨', '아빠 어디가'와 같이 한국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는 차원을 벗어나, 국내 제작진이 한중 시청자를 위해 직접 기획에 참여하는 단계로의 발전도 이어졌다. 지난 달 한국과 중국에서 방영하는 MBC MUSIC의 한중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 아이돌'이 대표적인 예.
지난달 10일 중국에서 첫 방영한 '슈퍼아이돌'은 시청률 0.85%를 기록, 현지에서 시청률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금요일 오후 9시 프라임 타임 편성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예능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아이돌' 방영 채널인 안후이 위성 TV의 기존 동시간대 시청률이 0.2%대였던 것을 감안했을 때 무려 4배나 높은 수치인 만큼 '성공 신호탄'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
중국 방송 관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국 제작진이 가진 기획력을 대륙에서 맘껏 발휘해달라는 러브콜이 쇄도하게 된 것. '슈퍼아이돌’ 제작을 맡고 있는 A9미디어(에이나인미디어) 측은 "중국 콘텐츠 사업 강화 차원에서 제작한 '슈퍼아이돌'은 한중 시청자를 동시 공략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며 "방영 초반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다 보니, 중국으로부터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문의를 받고 있다"고 희소식을 전했다.
해당 제작진은 "아이돌 육성 오디션 포맷에 한중 합작이라는 장치를 이용했고 싸이, 유라(걸스데이), 김종국, 하하, 조권, 장우혁, 채연, 더원 등 초호화 한류 스타들을 선보인 것"을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될 글로벌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발, 육성해 데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콘셉트의 '슈퍼 아이돌'은 시작부터 중국 아이돌을 표방해, 한국인과 중국인이 섞인 아이돌 그룹을 두고 한중 팬덤이 싸움을 벌이는 일을 사전 차단했다. 또한 '멤버의 무단 이탈'이라는 멍에를 질 위험도 없다.
1회에 등장한 25명 중국인 연습생들의 실력을 보면 우리네 아이돌의 치밀하고 세련된 멋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일련의 오디션 과정을 거쳐, 그리고 한국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충고를 거치면서, 날 것의 아이들이 어떻게 그 '촌티'를 벗어 내고 '대륙의 기적'으로 성장할지가 궁금하긴 하다.
'슈퍼아이돌'이 조심스럽게 켠 한류의 청신호에 제작사는 신중함을 더하겠다는 입장. A9미디어 관계자는 "중국 관계자들에게 '한국 제작사=웰메이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지막 회까지 섬세한 연출을 보여줄 것"이라며 "아시아 스타를 두 나라가 함께 만든다는 취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한중 문화의 공감 포인트를 만들었으면 한다. 앞으로 음악, 공연,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교류를 이뤄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너무 넓어서 불안한 '기회의 땅'이 우리에게 '기획의 땅'이 될 수 있을지, 조금은 더 기대심을 품고 지켜볼 일이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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