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남자.' 딱 한 줄의 소개글 만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한 영화,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뷰티 인사이드'의 이야기. 출연 배우들을 미묘하게 다른 컬러들로 겹쳐진 듯 구성한 포스터 역시도 이렇게 피어난 호기심을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을 단순히 소재의 참신성에만 가둬두는 것은 안타깝다. 큼직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사방으로 번지는 CF 같은 화면, 그 화면에 덧입혀 귀를 은은하게 감싸는 미디엄 템포의 음악, 그리고 수시로 클로즈업 돼 보는 사람까지 함께 웃고 울게 만들고 마는 매력적인 이수(한효주 분) 캐릭터까지. 어쩌면 '뷰티 인사이드'는 올해 개봉한 작품들 중 인간의 감성 깊숙한 곳의 내용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내는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남자, 여자, 아이, 노인, 외국인까지…매일 새로운 얼굴로 바뀌는 우진을 사랑하게 된 여주인공 이수는 단연 '뷰티 인사이드' 전체를 짊어진 캐릭터다. 이런 이수는 한효주라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불가능 했으리라.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비춰진 한효주라는 배우에게 적어도 3번 쯤은 반하게 된다. 첫 등장부터 마냥 예쁜 그 얼굴에 한 번, 쉽지 않은 사랑을 감당 못해 아파하며 울먹일 때 한 번,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을 따스하게 품는 마지막에 또 한 번.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는 예쁘고, 아프고, 포근한 꿈 같은 로맨스 그 자체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우진의 모습에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이 겹쳐지기도 하고, 비밀을 감춘 채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음지에서 특정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는 설정은 짐 자무쉬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아담(톰 히들스턴)이 연상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지극히 일반적이지 않은 비밀스러운 삶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점은 사랑이 늘 가혹하다는 것.
지난 2012년 인텔&도시바 합작 소셜 필름 'The Beauty Inside'를 접했던 이라면, 이를 원작으로 재가공된 '뷰티 인사이드'가 후반부 갈등구조 외 별다른 신선한 구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할 수 있다. 전개는 예측 가능했고, 구성은 촘촘하게 짜여지진 못했다. 그럼에도 이를 모두 심각하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시'적인 영역에 포함된 듯한 느낌이 십분 묻어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29살이 될 때까지 이렇다할 연애조차 해보지 못한 연애 초보 우진이, 처음으로 두근거림을 느끼게 한 이수를 향해 맹목적으로 쏟아붓는 서툴지만 풋풋한 사랑법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첫 연애를 떠올리게 만드는 타임머신 역할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바뀌는 우진의 얼굴로 인해 극장안에 딱 2번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나올 예정이니, 그 시점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 gato@osen.co.kr
'뷰티 인사이드'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