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유아인의 나이에 데뷔를 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유아인은 ‘대배우’죠.” 송강호가 까마득한 후배, 유아인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후배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선배의 애정 어린 표현인지라 분명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앞날이 창창한 20대 배우 유아인이 최근 쌓아가고 있는 필모그라피를 보면 그저 농담으로만 볼 수도 없는 부분이다.
올해 만 28세지만 유아인은 이미 내공을 탄탄하게 다진 연기 ‘베테랑’이다. 20대 남자 배우들 중에도 손에 꼽히게 깊이와 집중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실력파. 18개가 넘는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어린 나이에도 믿고 볼 수 있는 신뢰를 주는 배우로 성장했다. 송강호는 물론 황정민, 김윤석, 김희애 등 ‘대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배들과의 호흡에서도 무서운 존재감으로 팽팽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세월의 흐름에 그저 몸을 맡기다 보니 ‘어쩌다’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도 물론 아니다. KBS 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이후 12년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바쁘게 오가며 쉴 틈 없이 성장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장옥정’, ‘밀회’, 영화 ‘완득이’ 등 무수한 히트작을 필모그라피에서 세겼고, 대중의 머릿속에도 ‘연기 잘하는 젊음 배우’로 각인된 바다.
최근의 기세는 더욱 무섭다.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와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 잡아내더니,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는 처음 맡은 악역을 ‘미친 듯이’ 소화해 호평을 받고 있다. 좋은 연기에 좋은 성적까지 따라오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은 10일 1016개 스크린에서 5226회 상영돼 42만730명이 봐 누적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318만1510명). 박스오피스 순위는 1위다.
그렇다보니 선배 배우들의 극찬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사도’ (이준익 감독, 타이거픽쳐스 제작) 제작보고회에서 송강호는 “연기는 누가 끌어준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유아인은 나와 19세 나이차이가 난다. 유아인의 나이 때쯤 내가 데뷔를 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유아인은 대배우다. 그 나이에 맞지 않는 삶의 깊이를 갖고 있다. 배우로서의 열정이 대단하다. 날 돌아보게 하는 후배”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은 애초에 시나리오 작업 당시부터 유아인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시나리오 쓸 때부터 ‘이건(사도) 유아인이어야 해’하면서 썼다. 20대 배우 중에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생각했다. 말로 수식해서 될 일인가 싶다. 다시 한 번 함께 작업하게 돼 감사하다”고 극찬했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이야기다. 송강호는 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비정한 아버지 영조로 분했으며 송강호와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이하는 비운의 아들 세자 사도 역은 유아인이 맡았다.
한편 '사도'는 오는 9월 개봉 예정이다./joonamana@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