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 모르는 이가 있을까. 전 세계 모든 배우들을 통틀어 칸 영화제에 입성할 수 있는 배우도, 그 영화제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배우도, 게다가 심사위원 자리까지 맡을 수 있는 배우도 흔치 않다. 출연작이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그러고보면 배우 전도연은 참 대단하다.
덕분에 전도연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물론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기 전부터도 그랬지만 그 이후, 전도연은 쉽사리 범접할 수 없는 배우가 돼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개봉한 '집으로 가는 길', '무뢰한' 등에서 전도연은 관객들이 자신만 보게끔 만드는 마술을 부렸다. "전도연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배우로서 완벽해 보이는 그가 '협녀:칼의 기억(이하 '협녀')'에선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전도연이 못할 게 무엇이 있으랴, 그의 연기 포인트를 듣고자 갔던 인터뷰장에서 들려온 색다른 대답이었다.
'협녀'는 고려 말, 세 검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만큼 화려한 액션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무술과 영상미가 담긴 작품.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요즘, 전도연을 비롯해 이병헌-김고은 모두 직접 고난이도의 무술을 소화했다. 그것이 전도연에게는 힘이 들었나보다. "저 진짜 엄청난 몸치거든요"라고 멋쩍에 웃어보인 전도연은 "액션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알아서 잘 만져주시겠지라는 안일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자신을 다시금 채찍질하게 됐다고 전했다.
게다가 맹인 연기까지 그를 힘들게 했다. 잘 할 수 있을거라 자신했지만, 막상 큰 스크린에서 자신의 연기를 확인하니 부족함이 곳곳에서 보이더란다. 전혀 모르겠다는 기자의 말에도 "많이 모자랐다"며 겸손을 표한 그다.
장르적인 다양함이 부족한 배우라고 자신을 평가할 때도, 잠시 그의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 누구보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왔던 그인데, 이 무슨 말인가. 전도연은 "내가 맡은 캐릭터들의 기본적인 베이스는 사랑이였어요. 영화의 이야기들 속에 있어서 그렇지 장르적으로 나야말로 장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칸이 여왕', 전도연은 아직도 끊임없이 배우, 연기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해 나가는 중이었다.
다음은 전도연과의 일문일답.
- 맹인 연기, 어땠는지.
▲ 맹인 연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었던 것 같다. 하다보니까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더라. 액션이 조금 실망스러워서 나머지라도 잘하고 싶은데 신체적인 한계가 있지 않나. 눈을 깜빡거릴수도 없고 초점을 두지 않는다는 것에서 소리가 나게 되면 반응을 하게 되니까 그런 부분들이 촬영할때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짜증도 많이 났고 왜 눈을 깜빡이면 안되냐 투정도 하고 촬영하고 나면 눈이 아파서 울고 그랬다. 마음처럼 욕심처럼 잘 안되니까 포기는 안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영화를 봤는데 그때 내가 못했던 부분들이 여실히 드러나더라. 나는 너무나 잘 아니까 그런 부분들 때문에 속상했다. 맹인연기도 그렇고 액션도 그렇고 잘 만져주셨겠지 안일하게 기대를 했던 것 같다.
- 영화 개봉 시기가 계속 미뤄져서, 조급함은 없었나.
▲ 계속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덜 했던 것 같다. 김고은도 다른 영화를 찍느라고 바빴을거다. 단지 개봉 시기가 어떻게 될까에 대한 우려나 생각은 해본 것 같다. 사실 내가 걱정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개봉을 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 큰 걱정은 안 했다.
- 액션 연기는 어땠는지.
▲ 액션은 공들여서 찍었어야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시간적으로 너무 쫓기고 시간에 제한있고 그랬는데 그걸 대체할만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런 여러가지 문제들이 속상했다. '집으로 가는 길' 끝나고 액션 연습을 시작했다. 삼복더위에 컨테이너 안에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사실 내 욕심만큼 하기엔 3개월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었던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 고전무용도 배웠다고.
▲ 극 중 월소는 초절정 고수라서 춤을 추는 듯한 액션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전무용을 배워보라고 하시더라. 턴이나 앉았다 일어서는 것들이 비슷해서 나만 고전무용을 배웠다. 몇 번 했는데 무술감독님이 날 보더니 소용이 없다고 하더라. 내가 진짜 몸치다(웃음). 아무리 연습을 해도 턴 이런게 안되는거다. 안되니까 좌절하지 않나. 그랬더니 무술감독님이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라. 나는 배우니까 감정에 집중하라고 응원해주셨다. 그렇게 용기를 주셔서 할 수 있었다.
- 참 연기적으로 많은 도전을 하는 것 같다.
▲ 내가 한 작품이나 인물 등이 처한 상황이 격정적이고 세서 그렇지 기본적인 주인공의 베이스가 사랑인 것 같다. 센 영화의 이야기들 속에 있어서 그렇지 장르적으로 나야말로 장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협녀:칼의 기억'처럼 무협을 안 해보긴 했지만 저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지 못한 여배우가 아닌가 싶다.
- 올해 세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각각의 영화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 우선 '무뢰한'은 거친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는 김혜경 캐릭터를 내가 정말 사랑했고 '협녀' 이 작품은 나한테 뭔가를 노력해야 하고 좌절감이나 한계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남과 여'는 아직 잘 모르겠다. 솔직히 세 작품 모두 가벼운 이야기들이 아니라 사실 보기가 힘들더라.
-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지.
▲ 내년에 벌써 8살이다. 학부모가 되는 게 제일 걱정이다. 아이한테 잘하라고 하진 않는데 아이가 똑똑하다(웃음). 엄마로서 뭔가 해줘야하는 게 있는데 초등학교 다니는 엄마들 보면 너무 많은 걸 해야되더라. 그게 겁이 나긴 나는 것 같다. 나는 정보가 있으면 물어보고 정보가 있으면 달라고 부탁하고 그러는 편이다. / trio8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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