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역시 여러 가지다. 배우 김고은(24)은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잡생각을 잊는다. 퍼즐이 취미인데, 일이 없는 날은 방에 들어가서 5시간동안 방에서 안 나오고 퍼즐만 맞춘다. 집중해서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도 즐긴다. 영화 ‘협녀’ 촬영에 들어가면서는 대기시간에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는데, 작업이 끝날 무렵 너무 두꺼워지고 길어져 쓸 수 없게 됐단다.
그렇게 김고은에게 영화 ‘협녀’(감독 박흥식·제작 TPS컴퍼니) 작업은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사실 함께 출연하는 두 배우 이병헌과 전도연의 존재 자체가 압박이었다. 김고은은 영화의 스토리의 중심에 서 흐름을 이끌어 가야하는 실질적인 주인공. 이병헌 특유의 깊은 눈빛과 치열하게 마주하고, 전도연의 감성과 대립해야했다.
‘한국형 무협’이라는 도전적이고 낯선 장르를 소화해야했다. 유려한 무술 실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비극적인 상황을 감정으로 표현해야냈다. 극중 등장하는 와이어 액션과 검술신의 95%를 대역 없이 소화해야했고, 분노와 복수, 사랑과 애절함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비장하게 그려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모든 스트레스는 김고은에게 묘한 즐거움이었다.
“혼자 숙소에 들어가 먹은 걸 다 토한 적도 있을 만큼 몸도, 심적으로도 힘들었는데, 그만큼 현장이 행복하기도 했어요. 그 안에서 선배님들이랑 같이 연기한다는 게 행복했고요, 그 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중학교 때 현대무용을 했는데, 무용이 힘든 작업이잖아요. 화려해 보이지만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협녀’를 하며 그런 고통이 느껴지는데도 더 절실해졌던 것 같아요. 그런 저를 일깨워준 작품이었어요.”
스트레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 무서운 효과가 발휘된다. 고통을 이겨내 이룬 성장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김고은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협녀’가 액션만 하는 영화였으면 한계에 다다르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힘들었던 것은 액으로 진을 빼서 힘든데 감정신을 찍어야할 때였죠.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괴롭히려고 했고, 집중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촬영 중간에도 스스로 좌절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요.”
부담스럽게 쟁쟁한 선배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지원군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냥 저 스스로 잘하길 바랐어요. 상황적으로 부담스럽기보다 맡은 캐릭터 소화하기 바빴죠. 사극이고 액션인데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선배님들에게 많이 기대고 물어보고 하면서 배웠죠. 전도연 선배님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면서 제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이병헌 선배님은 원포인트 레슨으로 부자연스러웠던 장면들을 한 번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셨죠. 효과가 대박이었어요!”
김고은은 ‘협녀’를 촬영하는 동안 매일매일 근육통에 시달리고 아팠다. 아파서 잠을 못 잘 정도로. 내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고통을 꿋꿋하게 감내하고 버텨내면서 성장해가고 있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20대 여자 배우 중 김고은을 최고로 꼽는 이유다.
한편 ‘협녀’ 는 칼이 있으면 누구라도 최고의 자리를 넘볼 수 있었던 혼란스러운 고려 말을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세 검객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고은은 죽은 부모의 복수를 위해 맹인 여검객 설랑(전도연 분)의 손에서 키워진 제자 홍이가 됐다. 그러나 그녀가 칼을 겨눠야 할 대상은 어머니라 부르던 설랑과 잔혹한 권력자인 다른 고수 유백(이병헌 분). 홍이는 이 같은 역경을 헤쳐 간다. 오는 13일 개봉./joonamana@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