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가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복한 결말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첫회부터 놀라운 흡인력을 발휘하며 시청자를 함께 추리하게 했던 '너를 기억해'의 리듬감 넘치는 전개는 마지막회까지 팽팽하게 유지돼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너를 기억해' 마지막회에서는 1년 만에 재회한 현(서인국 분)과 지안(장나라 분)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20년 전 과거에 갇혀 살던 이들은 이제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살인마 준영(최원영 분)은 또다시 숨어버렸지만, 이들은 준영을 찾아 복수하는 것에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행복한 미소로 시청자를 위로했다. 또 수차례 살인을 저질렀던 민(박보검 분)은 죗값을 치르고 현의 동생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으면서, 이들은 완벽한 해피엔딩을 그려냈다.
미드식의 템포 있는 사건 해결 방식을 보이던 이 드라마는 화면 위에 경쾌하게 던져지는 단서와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매회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촘촘하게 연결하고, 시청자와 함께 추리하는 수사극 특성상 시청자 중간유입이 힘들었던 '너를 기억해'는 지난 6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줄곧 4~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친절한 연기는 대본의 행간을 채워냈고, 시청자들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 가운데서도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이야기에 몰입,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만들어냈다.
특히 세련된 연출과 대본은 지난 2012년 드라마 스페셜 '친구 중에 범인이 있다'로 호흡을 맞췄던 노상훈 감독과 권기영 작가의 케미가 빛났다는 평. 당시 과거와 현재가 빠르게 교차되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진실이 내포된 함축적인 대사, 숨어있는 복선으로 수사 단막극의 수작이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이미 입증된 콤비에 대한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진한 여운 남았다
태어날 때부터 괴물인 자와, 괴물로 불려 괴물이 된 자. 그 사이에서 이들의 진짜 정체를 알수 없어 시청자를 끝까지 혼란스럽게 했던 현과 민은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의도치않게 다른 길을 걷게 된 안타까운 형제로 시선을 끌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지닌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사이에서 먹이를 주는 쪽이 달랐던 이들 형제의 이야기는 그 어떤 멜로보다 더 애틋하고 안타깝게 그려졌다. 살인마 이준영 또한 아동 학대 가해자인 부모들을 죽이며 자신을 끝없이 구원했다는 설정으로, 극에 등장한 다양한 캐릭터들은 선과 악의 불분명한 경계 위를 줄타기했다.
또 '괴물'로 지칭된 사이코패스 범죄자 이야기를 다루면서, 경찰청 차장 강석주(남경읍 분)가 보인 책임감 없는 모습 또한 괴물의 새로운 얼굴로 그려져 생각할거리를 던졌다. 자신이 한 일을 나 몰라라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하는 그의 이기적인 모습은 진짜 괴물의 평범한 얼굴을 보여주며 여운을 남겼다.
# 이현이 곧 서인국..캐릭터 빨아들인 열연
이번 작품을 통해 남다른 형제 케미를 보여준 서인국과 박보검의 연기가 빛났다. 천재프로파일러와 사이코패스로 각각 분했던 서인국과 박보검은 마지막회까지 진짜 얼굴을 감추면서, 시청자를 긴장하게 했다. 독특한 캐릭터에 걸맞게 방대한 양의 대사를 소화했던 이들은 액션 연기까지 날렵하게 소화해내며 극을 이끌었다. 특히 서인국은 이진욱이 하차한 후 합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우려를 불식시킨 열연으로 그가 아니고서는 다른 '현'을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장나라 또한 극의 홍일점이자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로 당찬 모습을 보여 호평을 끌어냈다. 범죄현장에서 온몸을 던진 그는 신선함을 안겼다. 눈빛 하나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최원영과 도경수는 같은 역할의 과거와 현재를 연기했음에도 이질감 없이 극에 녹아들어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했다. 또 매회 등장하던 살인범을 연기한 수많은 단역 배우들도 시청자에 낯설어 현실감을 더욱 살리는 등 '너를 기억해'는 연기 구멍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의 품격을 자랑했다. /jykwon@osen.co.kr
'너를 기억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