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도 리얼한 오피스 드라마가 또 있을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식사 자리에서 상사가 선택한 메뉴의 가격을 따지며 눈치껏 음식을 주문해 본 경험이 있고, 자신을 힘들게 한 상사에게 시원한 욕지거리를 날리며 회사를 그만두는 꿈을 꾼다. 직장인의 애환이 절절하게 담긴 ‘막돼먹은 영애씨14’는 새로운 시즌의 시작부터 열렬한 공감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만족시켰다.
지난 11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4’ 2회에서는 새로 부임한 사장 조덕제(조덕제 분)로 인해 칼바람이 부는 낙원사의 모습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조덕제는 새 사장으로 투입되자마자 회사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고 직원들이 마시는 커피마저 자신의 방으로 가져다 놓으며 본격적인 경영난 구제에 들어갔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도 그의 압박은 계속됐다. 조덕제는 “지금 회사 사정 더럽게 어려운 거 알지, 알아서들 양심껏 시켜보라”고 말했고, 눈치를 보던 직원들은 3,000원 짜리 떡라면, 1,500원 짜리 김밥 등을 시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승준(이승준 분)은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 아무리 회사가 어려워도 그렇지 밥만큼은 편하게 먹게 해줘야 될 것 아니냐”고 따졌고, 이에 조덕제는 “그렇게 직원들 생각하는 사람이 어쩌려고 직원들 밥줄을 끊어버렸냐”며 그의 의견을 묵살해버렸다.
조덕제의 압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업직 직원들에게는 월급을 반으로 삭감하고 일을 따 온 만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선언하고, 디자이너인 라미란(라미란 분)과 이영애(김현숙 분)에게는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이번에 나가면 퇴직금에 세 달 치 월급까지 위로금으로 챙겨 주겠다”는 조덕제의 말은 이미 희망퇴직이 아닌 권고사직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면 살길이 막막한 두 사람은 좀처럼 쉽게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다. 이런 두 사람을 향한 조덕제의 화살은 디자인팀 사원인 박두식(박두식 분)을 향했다. 그를 향해 라미란과 이영애 중 누가 나갔으면 좋겠는지를 고르라며 잔인한 선택을 종용했다. 이에 박두식은 어쩔 수 없이 라미란을 선택했고, 라미란은 이 결정에 욕설을 내뱉으며 박두식에게 달려들었다.
이 모습을 본 조덕제는 “성질 한 번 뭐 같네, 저러니까 누가 같이 일하고 싶겠느냐”고 막말을 내뱉었고, 이 말은 이영애를 분노하게 했다. 이영애는 “이게 어떻게 희망퇴직이냐. 그냥 차라리 대놓고 자르지 그랬느냐”며 따졌고, 이에 조덕제는 “그게 그렇게 불만이었으면 너도 나가. 잘라줄 테니까”라고 받아쳤다. 결국 이영애는 “자르긴 누가 누굴 잘라! 내가 당신 자르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내가 관두는 거다”라고 고함을 치며 회사를 뛰쳐나갔다.
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면서도 당장 갚아야 할 대출금과 아이 양육비 등 때문에 이영애에게 넌지시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라미란도, 자신의 일자리가 걸려있기에 어쩔 수 없이 함께 동고동락 해 온 동료 중 하나를 선택해 내보내야만 하는 박두식도 모두 우리의 모습이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 한 장씩 품고 다닌다지만, 그것을 꺼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영애의 ‘한 방’은 통쾌하고,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기에 그의 선택에 웃음 지으면서도 이내 씁쓸함이 남았다. 앞으로도 웃픈 에피소드로 리얼한 오피스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 줄 ‘막돼먹은 영애씨14’를 기대 해 본다.
한편 '막돼먹은 영애씨'는 대한민국 대표 노처녀 이영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30대 여성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 지난 2007년 4월 첫 방송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케이블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 방송. / nim0821@osen.co.kr
tvN ‘막돼먹은 영애씨14’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