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영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케이스다. 전도연과 김고은이 ‘한국형 무협’에 아름다움을 더했다. 여성스러운 미모와 여리여리한 몸으로도 유려한 검술 액션을 선보이며 여 협객의 카리스마를 눈부시게 표현해낸 것. 심혈을 기울인 검술신을 직접 소화, 근사하게 연출해내며 길이 남을 명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박흥식 감독이 도전하는 ‘한국형 무협’에 차별성을 더하는 부분이다.
오늘(13일) 개봉한 영화 ‘협녀-칼의 기억’(감독 박흥식)는 칼이 있으면 누구라도 최고의 자리를 넘볼 수 있었던 혼란스러운 고려 말을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세 검객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김고은은 죽은 부모의 복수를 위해 실력을 다지는 홍이 역을 맡았다. 전도연은 그를 키우는 맹인 여검객 설랑(전도연 분)을 연기한다. 그런데 홍이(김고은 분)가 칼을 겨눠야 할 대상은 어머니라 부르던 설랑(전도연 분)과 잔혹한 권력자인 다른 고수 유백(이병헌 분). 홍이는 이 같은 역경을 헤쳐 나가며 스토리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복수의 칼을 가는 여검객, 그를 키워낸 복수의 대상자. 이처럼 비극적인 내용이 얽혀있는 ‘협녀’를 감싸는 분위기는 굉장히 묵직하고 비장하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무게감을 덜어내는 것은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검술 액션. 여기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두 사람이 전도연과 김고은이다.
먼저 전도연은 맹인 연기를 펼치며 소리를 따라 칼을 쓰는 섬세한 검술 액션을 선보인다. 움직이는 선과 선보이는 검술 자체가 전통 무용을 보는 듯 아름답다는 것이 특징. 특히 이병헌이 보낸 검객들에게서 아들을 찾기 위해 펼치는 액션 신이 압권이다. 갈대밭을 배경으로 펼치는 1대 다수의 결투가 인상적. 애절한 감정과 어우러지는 전투 장면은 감탄을 자아낸다.
전도연이 섬세하다면 김고은은 활력이 넘친다. 지붕과 지붕 사이를 가볍게 날아다니고, 숲 속을 빠르게 질주하며 펼치는 액션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갈수록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주목할 만 한 포인트. 김고은은 극중 등장하는 3명의 협객 이병헌, 전도연, 배수빈의 검술을 모두 소화해내며 무림 강자로 성장한다.
두 사람이 펼치는 1:1 대결에서는 ‘케미’가 폭발한다. 마주보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하는 전도연과 김고은이다. 복합적인 감정이 전반에 깔린 이 대결에서 두 사람은 치열하게 부딪히는데, 이 맞대결은 숨을 죽이고 지켜볼 만큼 유려하고 빼어나다.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연기를 거의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는 것이다. 김고은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대역 없이 95%정도를 직접 소화했다. 협녀를 촬영하는 동안 매일매일 근육통에 시달리고 아팠다. 아파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말하며 “전도연 선배님도 진짜 많이 참으셨다. 갈대밭 신에서 내가 휘두른 검에 맞았는데 끝까지 숨기시더라. 숙소에서 보니까 밴드를 붙이고 계셨다. 서로 많이 숨기고 참으면서 촬영했다”고 밝힌 바다.
한편 ‘협녀’는 고려 말을 배경으로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다.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이경영, 김태우, 이준호 등이 출연한다. 8월 13일 개봉./joonamana@osen.co.kr
'협녀'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