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여명의 함성이 평창의 밤하늘을 뒤덮었다. 5회를 맞이한 ‘무도가요제’가 비, 더위, 인파 등 삼재(三災)를 뚫고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가요제다운 관록을 보여줬다.
MBC 예능 ‘무한도전’의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이하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가 13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날 약 4만 여명이 모이면서 역사를 자랑하는 ‘무도가요제’의 인기를 입증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4~5시간 전부터 공연장은 입장을 기다리는 전국에서 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심지어 해외 팬들도 있었다. 현장을 지키는 경호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관객들은 전날(12일) 아침부터 밤을 새우며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더불어 무대 바로 앞자리를 차지한 팬들은 이틀 전(11일) 새벽부터 자리를 깔고 앉는 열정을 드러냈다. 회를 거듭할수록 ‘무도가요제’의 열기가 더해지는 중이다.
이날 4만 여명의 팬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안전요원들의 안내에 따르며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고, 입장과 동시에 진행되는 리허설을 보며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를 즐겼다. 광희와 지드래곤&태양이 만난 ‘황태지’, 박명수와 아이유가 뭉친 ‘이유 갓지 않은 이유’, 자이언티와 하하가 결성한 ‘으뜨거따시’, 윤상과 정준하가 만난 ‘상주나’, 유재석과 박진영의 ‘댄싱 게놈’, 밴드 혁오와 정형돈이 만난 ‘5대 천왕’의 무대가 차례대로 진행됐다. 멤버들과 가수들의 개성이 적절하게 조화된 모습이 눈길을 끌었고, 중간 중간 특유의 재치 넘치는 인터뷰가 진행돼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섹시왕’ 유재석
모범생 유재석이 섹시남으로 변신했다. 그동안 숨겨놓은 댄스 본능을 JYP 박진영을 만나면서 대방출했다. 유재석은 “오늘 정말 원 없이 춤을 췄다”면서 만족스러운 무대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댄싱 게놈의 ‘아임 쏘 섹시’(I'm so sexy)는 재즈적 요소를 펑크에 결합시킨 Jazz Funk곡으로, 섹시함을 숨기고 사는 유재석과 섹시함을 도무지 숨길 수 없는 박진영이 섹시함을 폭발시키겠다는 내용의 곡이다. 다음 날 생일인 유재석은 객석에 앉은 팬들로부터 축하의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EDM왕’ 박명수
박명수는 역시 ‘EDM 공장장’다운 행보를 보였다. 조용하고 감미로운 발라드를 외친 아이유의 뜻을 기어코 꺾고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살렸다. 모두가 원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곡에 대한 객석의 반응은 참으로 대단했다. 이유 갓지 않은 이유의 ‘레옹’은 차가운 도심에서 뿌리 없이 떠돌던 레옹과 마틸다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서로에게 점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은 EDM이다. 눈에 띄는 점은 아이유가 긴 머리 대신 마틸다스러운 단발로 무대에 올랐다는 것. 그는 “다시 가요제를 하더라도 박명수 선생님과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에 한껏 신이 난 박명수는 “나도 예스”라고 화답하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허세왕’ 정형돈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늘 4대 천왕이라고 부르던 정형돈의 허세는 밴드 혁오와 그룹 ‘5대 천왕’을 이루며 가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들이 부른 ‘멋진 헛간’은 탕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컨트리곡으로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을 위해 살아오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스스로 갉아먹고 있었음을 깨닫는 노래다. 특히 이날은 리더 오혁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이날 자유로 가요제에 출연했던 양평이 형이 깜짝 출연해 기타 연주 실력을 드러냈다.
●‘힙합왕’ 정준하
정준하는 그동안 단시간에 끌어올리기 어려운 랩 실력으로 모두의 걱정을 샀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눈에 띄게 발전된 랩을 선보였다. 역대 무대 중에 가장 많은 노력을 들인 게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2주 동안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정준하는 이날 바퀴가 달린 운동화를 신고 무대 위를 누비면서도, 힘듦 없이 끊어지지 않는 랩을 선보여 흥을 돋우었다.
상주나의 ‘My life'는 랩과 일렉트로닉 비트의 절묘한 조화에 팝 적인 분위기를 가미한 흥겨운 템포의 일렉트로닉 댄스 트랙이다. 초보래터 정준하의 독특한 랩핑과 보컬로 나선 씨스타 효린의 폭발적인 가창 파트가 중독성을 발휘했다. 중반 부 브릿지의 덥 스텝 사운드는 윤상의 진가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준하는 무대 후 “저는 처음부터 윤상 형이었다. 다시 해도 윤상 형과 팀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의리왕’ 하하
하하는 지금까지 ‘무도가요제’를 통해 팀을 꾸린 뮤지션 가운데 자이언티를 최고로 꼽으며 의리(?)를 드러냈다. 이날 MC 유재석이 “다시 가요제를 하면 누구와 하겠느냐”는 질문에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자이언티”라고 대답하며 100점을 줬다. 앞선 가요제에서 만났던 장기하와 얼굴들과 10cm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안겨 웃음을 안겼다. 하하와 자이언티는 블랙수트에 페도라를 맞춰 입고 나와 마치 형제인 듯한 친근한 느낌을 자아냈다. 으뜨거따시가 부른 ‘스폰서’는 마이클잭슨을 연상케 하는 리듬과 록킹한 기타 라인이 돋보이는 전형적인 팝 사운드로, 자이언티와 하하의 독특한 음색이 더해져 음악의 완성도를 높인 곡이었다.
●‘반전왕’광희
황광희가 지드래곤&태양과 어울리기 위해 금발로 변신하는 반전을 꾀했다. 마치 빅뱅의 멤버가 된 듯 무대 위에서 방방 뛰고 달리며 신나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룹 황태지는 ‘맙소사’로 첫 무대를 꾸몄다. '맙소사'는 1988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광희, 태양, 지드래곤이 찹쌀떡 같은 우정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신나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댄스곡이다.
세 사람은 지난 8일 방송에서 획득한 특수효과 꽃가루를 객석에 뿌리며 환호를 이끌어냈다. 무대를 마친 광희는 “지드래곤 태양과 함께 무대를 해서 상당히 즐거웠다”며 “아이러브 마이 브로(my bro)”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어 “이 친구들이 왜 최고인지 알겠다. 저를 이끌어줘서 고맙다”면서 진심을 드러냈다.
태양은 이에 “광희가 저희를 잘 따라와줘서 고마웠다”며 “하지만 만나면 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잘 마쳐서 다행이다. 이제 광희와의 관계는 여기까지”라고 말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지드래곤은 “저는 순서운이 없다”면서도 광희에게 고마움을 드러내며 앞으로도 각별한 사이로 지낼 것을 약속했다.
중간중간 선보인 특별한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박명수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공장장’ 답게 디제잉으로 열기를 끌어올렸다. “EDM의 왕자로서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린다. 하지만 저는 프로가 아닌 세미”라고 말하며 웃음 코드도 놓치지 않았다. 이어 그는 지난 2011년 진행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지드래곤과 불렀던 ‘바람났어’의 무대를 재현했다. 이날 박봄을 대신해 아이유가 피처링을 맡았다.
발라더 이적도 유재석과 함께 ‘말하는대로’를 부르며 무대에 등장했다. 또 씨스타 효린이 정준하의 무대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며 그의 랩에 힘을 실었다. 정준하는 시작할 때 랩 실력이 부족해 모두의 걱정을 샀으나 2주 동안 하루에 2시간씩 잠을 이루며 실력을 키웠고 결국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한편 '무도가요제'는 지난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시작으로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2013년 '자유로 가요제'로 이어져왔다. 오는 29일 방송을 통해 공개되며, 음원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purplish@osen.co.kr
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