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올 여름 극장가의 승자는 누구일까. ‘도둑들’에 이어 ‘암살’로 2연속 천만영화 연출이 확실한 최동훈 감독이 미소 짓는 중이고, 코믹 액션 ‘베테랑’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으며 생애 첫 천만영화 등극을 노리는 류승완 감독은 활짝 웃고 있다. 믿고 보는 황정민과 역대급 악역의 탄생 유아인, 환상콤비 전지현과 이정재 등 연기파 배우들도 관객 넘치는 여름대전의 일등 공신들이다.
그리고 그 안에 진짜 보물, 오달수가 있다. 무색 무취한 이 배우는 어느 장면, 어떤 캐릭터로 등장해도 무슨 자리에건 딱 어울린다. 사실 배우로서 오달수의 용모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인상이 너무 뚜렷해서 평생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살아야 될 스타일이다. 한 번 보면 누구나 몽타주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니까.
오달수는 이런 외모적 한계를 연기력과 인간성으로 극복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다. 착하거나 나쁘거나 웃기거나 슬프거나, 심지어 사랑에 빠질 때조차 극단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한 해 서너 편 씩의 다작을 하면서도 이미지 소진이 없다.
김범석 영화 칼럼니스트는 오달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달수는 사실상의 투톱 주연에서도 늘 자신은 마치 조연처럼 상대를 더 빛나게 하는 역할 쪽에 초점을 맞추는 배우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공한 이후에도 거액이 투자된 상업영화에서 주연 자리를 욕심 낸 적조차 없다. 이문식 성지루 등 출중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일어선 조연 출신 주연 배우들의 흥망성쇠가 오달수에게만큼은 해당 사항 '없음'이다. 출연료도 합리적인 선에서 정하고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라고.
자칫 그냥 넘어가긴 쉬운 오달수의 대기록 하나! 지난 2012년 '도둑들'로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추가했던 그는 그 해 '7번방의 선물'로 천만영화 한 편을 추가했고, 2013년 '변호인'으로 1137만 명을 끌어 모았다. 2015년 '해적' 900만 명으로 3년 연속 천만영화 출연에 실패하는가 했더니 '국제시장'으로 끝판왕이 됐다. 올해는?
사상 첫 쌍천만 배우의 주인공이 바로 오달수일 게 분명하다. ‘암살’과 ‘베테랑’, 13일 현재 박스오피스 1, 2위를 달리는 두 영화에서 그는 약방의 감초 아닌 숨은 주연으로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오는 15일께 천만 돌파가 확실하며 입소문을 탄 ‘베테랑’은 평일에도 40만씩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천만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정녕 오달수 빠진 한국영화는 팥고물 없는 단팥빵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암살’에서 오달수가 빠졌으면 어땠을까. ‘베테랑’에서 오달수 없으면 이처럼 크게 웃을 일이 있었을까.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도 찬가지.
'국제시장' 속 달구는 평범한 조연이 아니었다.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와 ‘덤 앤 더머’ 콤비 이상으로 영화 내내 붙어 다니는 인물이다. 새파랗게 젊은 20대부터 허리 꼬부라진 80살 노인까지, 황정민과 오달수는 이 두 배우가 아니면 도저히 기대할 수 없을 명연기를 펼쳤다. 예능으로 치면 MC 황정민이 던지고 게스트 오달수가 받아 치는 환상의 리액션이 '국제시장' 전편에 흘렀다. 영예와 러닝 개런티는 황정민의 몫이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오달수 없이 그게 가능했느냐고.
흥행작 ‘조선명탐정’ 1, 2편도 그랬다.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그의 조수 서필(오달수 분)은 홈즈-왓슨 콤비 이상이다. 김명민에게 오달수가 없었다면? 김 빠진 콜라 아니었을까.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오달수를 찾은 김명민은 “헤어진 부인을 만나는 것 같았다”는 우스개 말로 오달수의 가치를 인정했다.
또 ‘암살’에서 오달수와 조우한 하정우는 한 방송 프로 출연에서 "오달수는 한국영화를 위해 하늘이 내려준 요정 같다"고 했다.
연기파 톱스타 배우들도 인정하는 진짜 배우, 오달수다. /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