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2004)부터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그리고 '암살'(2015)까지 딱 5개. 최동훈 감독의 손을 거쳐 완성된 영화의 개수다. 그런 그가 '도둑들'에 이어 '암살'까지 역속 천만의 스코어를 달성하는 영예를 누리게 됐다. '암살'은 70주년 광복절 당일, 혹은 하루 전날인 오늘(14일) 천만 돌파가 확실시 됐다.
물론 '암살'의 성공과 성과를 한낱 숫자 셈으로만 치켜세우기엔 아쉬움이 짙다.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과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으면서도, 궤를 크게 달리한 작품이기 때문에다. 영화계 관계자들이 '암살'을 만든 최동훈 감독을 향해 "꾼에서 거장으로의 첫 삽을 떴다"고 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범죄의 재구성'(212만)과 '타짜'(568만)는 지금봐도 군더더기 없는 오락영화다. 누군가는 이 영화들을 최동훈 감독의 역작으로 꼽을 정도로 그 지지층이 두텁다. 이어 '전우치'(606만)와 '도둑들'(1298만)로 넘어오면서 차츰 캐스팅과 작품의 스케일이 확장됐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임달화 등을 한데 모은 '도둑들'을 떠올려 보면 명확하다.
처음으로 천만을 넘었고, 더 높은 완성도의 오락영화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났던 순간이다. 최동훈 감독은 과감하게 오락성만으로 꽉 찼던 자신의 영화에 과감하게 메시지를 담아냈다.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신이 났으나, 자막 스크롤이 올라가고 집에 돌아오면 정작 별다른 게 남지 않았던 그의 영화에 적절한 페이소스가 가미됐다. 온전히 영화를 그 자체로 즐기던 '꾼'에서 이제는 관객들의 가슴에 뭔가를 심는 '거장'으로 나아가려는 순간을 보는 것 같았다.
의도는 적중했다. 패배의 역사로 기억됐던 1930년대는 최동훈 감독의 손을 거쳐, 압록강 저 너머에서 쉬지 않고 저항하고 있던 독립군들의 일면으로 교체됐다. 최동훈 감독이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었다"라는 것을 강조했던 이유였다. 특유의 스피디한 전개 속도도, 오히려 여유를 찾았다.
캐릭터의 활용 역시 변화했다. 감정을 이입할 인물들은 늘었고, 친일파에 대한 색다른 접근방식을 부여하려는 위험한 시도도 자행됐다. 개운하지 못한 해방 이후의 모습을 추가로 보여줌으로써 '친일파 청산'이라는 분명한 숙제도 추가로 안겼다. "메시지는 숨기면 숨길수록 좋다는 쪽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뭔가 메시지라는 것을 넣지 않으면 단순 활극에 그칠 것 같아 싫었다"는 게 OSEN과의 인터뷰 중 최동훈 감독이 밝힌 이유였다. "다음에 또 메시지를 넣을지는 잘 모르겠다"는 설명과 함께.
"10개는 만들어봐야 뭔가를 좀 알 것 같다"는 최동훈 감독의 겸손한 말이 그저 허투루 들리지 않기에, '암살'의 천만 돌파와 함께 벌써부터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기 시작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gato@osen.co.kr
'암살' 스틸컷(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