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어셈블리', 어려운 정치? 그냥 우리 사는 이야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8.14 06: 50

사람들은 통상 본인의 이익과 목적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러한 개개인이 모여 형성한 집단인 국민의 대표자로 나선 국회의원도 본인의 목적대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국회의원의 목적이 국민에게 박수를 받고 싶다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지극히 판타지스러울수도, 아니면 지극히 현실적일 수도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는 무식해서 용감하고,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 분)이 '진상남'에서 카리스마 '진심남'으로 탈바꿈해가는 성장 드라마를 그려내는 중. 특히 주인공 상필은 “희망을 주는 국회의원이 되라. 박수받는 국회의원이 되라”는 달수(손병호 분)의 유언을 신념으로 삼은 지극히 전형적인 캐릭터로 시선을 끄는데, 그가 하는 일상적인 일들은 왜인지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며 그와 같은 정치인을 기다려왔던 시청자를 응원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어셈블리'에서는 경제시에서 백도현(장현성 분)과 맞붙게 된 상필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도현은 1년의 기간만 그를 허수아비로 세우고, 경제시를 접수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며 상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상필은 동료를 배신했다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경제시 국회의원이 돼 힘없는 해고 노동자를 대변하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을 진행 중이다. 

의욕만 앞서는 상필의 통제 불가 행동은 국민당의 눈 밖에 났고, 도현으로부터 불출마선언을 압박당했다. 도현은 무혈입성을 계획하는 경제시에 신항만 건설을 약속하며 표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필은 이에 반발했다. 신항만이 생기면 삶이 더욱 어려워질 소시민의 편에 선 것. 상필의 행보는 당의 이익과 대치되는 것으로 그는 점점 더 외로워졌다. 하지만 시민들도 조금씩 상필의 진심을 알아차렸고 자발적으로 서명운동하기 시작하는 등,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경(송윤아 분)은 상필의 탈당 소문을 내며 여대야소에 책임이 있는 도현을 공격했고, 도현은 결국 무릎을 꿇는 듯했다. 
하지만 국민당 안의 반청계가 반발했고, 그는 결국 총회에서 탄핵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진심으로 시민을 넘어 국민을 생각하는 연설을 통해 감동을 안겼다. 상필은 “불신임, 뭐 이런 거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거는 경제시민들이 되지도 않는 신항만 사업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라며 “진짜 무서운 거는 신항만이 말도 안 되는 억지로 경제시에 들어서는 거다. 사업 타당성도 전혀 없는 말도 안 되는 사업에 분명 수백억에서 수천억을 쏟아 부을 거다. 그거 다 경제시민들 돈이다. 국민들 돈이다. 물론 정부에서나 정치권에서나 뽀록나면 안 되니까 처음에는 무지하게 밀어줄 거다. 특혜도 주고 다른 항구에 들어가는 배를 항구로 들어오게 하며 생난리를 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경제시가 잘살게 됐다고 치자. 그런데 대한민국에 경제시만 있냐. 다른 사람 뼈골 빼먹고 우리만 잘살면 되냐”며 “나 시의원 아니고 구의원 아니다. 국민 전체 생각해야하는 국회의원이다”라며 “국회의원 처음 돼서 하는 선서가 있는데, 그때 내가 버벅거렸다. 거기 뭐라고 써져있냐면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 국가이익의 우선, 양심, 이 세 가지가 골자다. 나는 지역 이기주의에 앞장서는 그런 싸움 안 한다. 나는 나라 전체와 국민을 함께 생각하는 그런 진짜 국회의원. 정말 국민한테 떳떳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그런 진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필이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말은 국민의 처지에서는 상필이 공염불이라고 주장하는 도현의 약속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의 진심에 큰 박수를 보냈고, 시청자들도 진짜 바라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그를 응원하게 됐다. 또 상필이 여당 안에서 야당을 세우는 격의 행보를 보이자 도현과 박춘섭(박영규 분)의 일그러지는 표정은 보는 이에 통쾌함을 안기면서, '어셈블리'가 지닌 현실과 판타지의 절묘한 지점을 설명했다. 
'어셈블리'는 정치는 어려울 것이다, 라는 편견을 넘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실적인 에피소드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이는 중. 이 드라마는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정치 뉴스의 이면을 보여주는 듯한 전개, 특히 치열한 두뇌플레이로 흥미를 끌어내는 중이다. 역사를 줄기로 해 굵직하고 임팩트 강한 사건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정통 사극과는 또 다른 세세하고 보다 현실적인 에피소드는 선거철 트럭 위에서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어떤 식으로 완성되는지, 우리가 사는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jykwon@osen.co.kr
‘어셈블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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