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빠른 듯한 회귀다. 지난해 11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첫 방송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던 셰프들의 인기는 현재 정점에 와 있다. 그 가운데 훈훈한 외모와 친근한 성격으로 인기를 모았던 정창욱 셰프가 출연 예능 프로그램들에서의 하차를 선언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그의 의사에 아쉬워하면서도 ‘잘했다’고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 정점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 과감하게 떠나기로 한 그의 선택은 훗날 스스로 돌아봤을 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지난 14일 JTBC 관계자에 따르면 정창욱은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출연중인 예능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할 예정이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냉장고를 부탁해’,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 SBS 플러스 ‘셰프끼리’ 등이다. ‘셰프끼리’의 경우 현재 녹화 분량이 끝나면 출연하지 않을 예정.
JTBC 관계자는 “정창욱 셰프가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하차를 한다고 의사를 밝혔다”면서 “24일 방송까지 출연할 예정이다. 다만 촬영을 완료하고 하차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방송에서 따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은 없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정창욱의 하차는 갑작스럽긴 하지만, 언젠가는 진행됐을 법한 일이다. 예능 트렌드도 시작이 있는 만큼 끝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 다만, 정창욱의 선택이 돋보이는 것은 정점의 시기에 스스로 내려올 것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인기가 높은데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그의 행보는 파격적일 뿐 아니라, ‘셰프테이너’ 및 ‘쿡방’의 인기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쿡방’의 인기는 근래 계속됐던 ‘먹방’ 인기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먹방’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요리를 만드는 셰프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냉장고를 부탁해’가 생긴 이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 요리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종원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집밥 백선생’ 등의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셰프테이너’들의 수명은 한 차례 연장됐다. 현재도 새로운 스타의 탄생과 ‘쿡방’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의 다양한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셰프테이너’의 수명이 결정될 것이다.
김풍은 지난 6월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셰프테이너’들의 수명을 예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내 인기는 추석까지다”라고 말했던 그는 최현석에 대해서도 “지금 ‘쿡방’ 열풍이 엄청난데 시청자들은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쿡방’의 선봉에 선 최현석의 인기도 추석 전후로 사그라질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또 샘킴에 대해서는 “샘킴은 말을 많이 안 해서 노출이 적은 편이다. 연말까지는 가겠다. 그래도 내년 초부터는 우리 모두 매스컴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다소 냉정한 시각을 드러냈었다.
중요한 것은 정창욱의 선택이 다른 ‘셰프테이너’들에 미칠 영향이다. 김풍의 예언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셰프테이너’들 스스로도 ‘쿡방’ 인기의 끝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기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대부분의 셰프들이게 ‘요리냐, 방송이냐’를 택해야 할 시점이 오게 될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의 시기가 앞당겨지느냐, 미뤄지느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동료의 재빠른 선택이 남은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김풍의 냉정한 예언이 있었지만,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시청자들은 정창욱의 하차 선언 이후에도 여전히 ‘셰프테이너’들을 더 보고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과연 정창욱의 선택은 ‘셰프테이너’들 및 ‘쿡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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