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세스캅’을 본 시청자라면, 한 가지 호기심이 생긴다. 김희애를 분노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남상혁을 연기한 배우가 누구인지 말이다. ‘뮤지컬계 아이돌’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는 배우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아직 유명세가 덜한 신예 이재균(25). 그는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에서 섬뜩한 연쇄살인범 남상혁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고, 심지어 장난처럼 여기는 상혁의 모습. ‘미세스캅’을 본 시청자들은 어지간히 분노했다. 이 드라마로 주목을 받기 전 이재균은 지난해 연극상으로 저명한 ‘제51회 동아연극상’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으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아직 20대 중반이지만 이 어린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하는 상이었다. 어린 나이인데 뛰어난 연기를 잘한다는 방증일 게다. ‘미세스캅’ 출연 이후에는 본의 아니게 무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눈빛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나쁜 역할은 처음이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나쁜 사람이에요. 뉴스에서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살인마니까요. 가족들과 지인들도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웃는데도 무섭대요. 친형은 지나가다가 돌을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래도 무섭게 봐주신 것은 성공한 것 같아요.(웃음) 나쁜 사람을 연기했는데 의도한대로 나쁜 사람으로 봐주셨으니까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이재균은 남상혁을 연기하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전체 대본은 보지 못한 상태에서 간단한 인물 소개만 보고 밝게 연기했다. 2회밖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촬영은 2주가량 했다. 공을 들인 촬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세스캅’ 초반 아줌마 경찰 최영진(김희애 분)의 성격을 가장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재균이 책임졌다.
“현장에 가서 명랑하고 밝게 연기를 했어요. 상혁이 굉장히 나쁘고 센 사람이잖아요. 제작진이 좋게 봐주셔서 캐스팅이 된 후 대본을 받았죠. 어둡고 음침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장난스럽고 밝게 연기를 했죠.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연기를 했어요.”
상혁은 영진을 피해 도망가다가 하수구로 숨어들어갔다. 이후 다른 경찰에게 총을 쏘며 도주에 성공, 연진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평소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이재균은 하수구 촬영에 대해 농담을 곁들기도 했다.
“하수구니까 아무래도 냄새가 많이 났어요. 전 다행히 발만 담갔는데 허정도 선배님은 몸 전체를 담가야 해서 힘드셨을 거예요. 다른 분들은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전 다행히 비염이 있어서 냄새 때문에 힘들지 않았어요.(웃음) 도주 장면을 하루 종일 찍었거든요. 다른 선배님들이 저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농담을 하시기도 했어요.”
이재균은 상혁을 더욱 섬뜩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했던 장면은 바로 상혁이 영진에게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감형을 목적으로 자수를 하겠다고 깐족거리는 모습이었다. 영진은 울부짖었고,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상혁은 숨바꼭질을 하다가 술래한테 걸린 것처럼 여겼을 거예요. 대본을 봤을 때는 조금 더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전 밝게 연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사실 공포탄 소리에 제가 진짜로 놀라서 촐싹 맞게 놀란 것도 있고요.(웃음) 뭔가 사람이 여유가 있어 보이니까 더 무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색다른 캐릭터였어요.”
이재균에게 대선배 김희애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체력이 소진되는 장면이 많은 드라마지만 촬영장은 화기애애하다고.
“모두들 웃으면서 촬영을 했어요. 힘들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김희애 선배님은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마음을 놓고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죠. 정말 감사해요.”
이재균은 연기가 즐겁다. 연기를 하는 게 행복하다. 무대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도 훨훨 날아다니는 것은 연기가 좋기 때문이다.
“무대는 무대 나름대로, 드라마는 드라마 나름대로 정말 재밌어요. 연기할 때가 제일 재밌어요. 저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그 인물 그대로, 진짜로 연기하려고 노력하죠. 진짜로 연기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편이에요. 그래도 제가 그 인물에 몰입하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를 정도예요. 몰입해서 그 인물 그대로를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야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재균은 현재 작품 오디션을 보며 차기작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것, 배우 이재균이 꿈꾸는 단 하나의 목표다. / jmpyo@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