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이 기존의 천만 영화 공식을 깨고 색다른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간 남자 배우들, 그것도 중년 배우들이 전면에 나섰던 한국 영화들이 주로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던 것과는 다르게 '암살'은 여배우 원톱 영화도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그간의 국내 천만 영화를 살펴보면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왕의 남자'가 그랬고 '괴물'이 그랬고 '실미도'가 그랬으며 '변호인'도 그랬다.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남자가 주인공이었고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 '국제시장' 모두 남자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였다.
특히나 중년 남자 배우들의 천만 동원이 눈길을 끌었다. '국제시장'의 황정민, '명량'의 최민식,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 '변호인'의 송강호 등 대부분의 영화들이 중년 남자 배우들의 영화였다.
상대적으로 충무로에 남자 영화가 많은 것도 '남자배우=천만'의 공식을 성립하게 한 이유 중 하나겠지만 남자 배우들의 층이 두텁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덩달아 여자 원톱 영화는 흥행에 힘들다는 인식 역시 자리잡아갔다.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수상한 그녀'가 보기좋게 그 편견을 깨버렸지만, 여자 원톱 영화의 상업성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관계자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암살' 천만 관객 돌파로 인해 여자 원톱 영화도 천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물론 '암살'이 하정우, 이정재, 조진웅, 오달수 등 탄탄한 남자 배우들과 최동훈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 광복 70주년이라는 기가막힌 타이밍의 도움을 받아 천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어찌됐건 영화 전면에 나선 전지현이 천만 돌파를 이끌어낸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암살' 천만 관객 돌파로 충무로에 여성 중심의 영화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 그간 남성 중심의 영화들이 가득했던 영화 시장에 여성 원톱 영화가 상업성을 인정받으며 확대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달 22일 개봉 이후 흥행 순항 중이다. / trio88@osen.co.kr
'암살'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