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과 박보영이 안방극장 시청자를 울고 웃게 했다. 진짜 이쯤도면 이 두 사람은 올해 연말 베스트 커플상 유력 후보다.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이뤄진 조정석과 박보영의 만남은 초반부터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주로 활약했던 박보영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귀여운 이미지가 뚜렷했지만, 케이블 드라마는 난생 처음이었다. 게다가 방송에 앞서 출연료까지 공개돼, 일부 불편한 시선도 감내해야만 했다.
조정석은 또 어떤가.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인지도를 제대로 올리고, 이후 '관상', '역린' 등 굵직한 작품은 물론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멜로에도 도전했다. 드라마 '더킹 투하츠', '최고다 이순신'에서도 돋보이게 활약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누군가의 머릿속에서는 '건축학개론' 납뜩이로 남아야 했다.
그런 박보영과 조정석의 만남의 성공은 시작부터 포텐을 터뜨리며 제대로 예고됐다. 까칠하지만 따뜻한 '츤데레'의 매력을 흠뻑 뒤집어쓰고썬 레스토랑 사장 겸 셰프로 등장한 강선우(조정석 분), 착하고 친하력 좋고 귀신까지 보이는 독특한 나봉선(박보영 분)의 조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여기에 처녀귀신 신순애(김슬기 분)까지 봉선의 몸에 빙의해 이들의 '케미'를 증폭시켰다.
한껏 잘난체 하며 밀어내기만 하던 강선우가, 어느 순간 봉선을 의식하고 반대로 끌어당기고 있는 순간은 그야말로 모두가 환호성을 내지를 정도였다. 웃음끼를 참지 못하며, 좋아하는 게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는 조정석의 연기는 선우의 매력을 최고치로 증폭시켰다. 또 처녀귀신 순애의 빙의로 "한 번만 하자"고 달려들던 봉선의 모습은 박보영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박보영의 애교와 조정석의 '츤데레'(겉으로는 퉁명스럽게 굴지만 속으로는 애정을 품고 있다는 뜻의 일본식 신조어) 연기가 '오 나의 귀신님' 봉선우 커플의 9할 이상을 만들어 냈다. 물론 앞서 전작 '고교처세왕'을 통해 민석(서인국)-수영(이하나) 커플을 만들어 낸 유제원 PD와 양희승 작가의 의기투합도 이를 제대로 서포트했다.
'오 나의 귀신님'이 제작진은 순애와 선우의 관계진전에 난데없이 봉선이 개입하는 형식을 '빙의 고백'으로 지켜냈으며, 이소형(박정아 분)의 깊은 개입으로 불편한 삼각 러브라인을 집요하게 형성하는 식상한 전개를 탈피시켰다. 강선우 모 조혜영(신은경 분)은 어떤가. 봉선을 반대하지만 여느 막장극처럼 봉선을 만나 둘 사이를 뜯어말리지도 않는다. 또 잊을만 하면 등장해 섬뜩함과 싸늘함을 선사해주는 악귀에 씌인 최성재(임주환 분) 경장의 존재 역시 탁월했다.
사실상 두 사람의 해피엔딩은 이제 확실시 됐다. 난데 없는 이상한 엔딩만 끼얹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커플력은 2015년 방송된 모든 드라마들 속 커플들과 견줄 만 하다. 두 사람의 달달한 해피엔딩을 위해 순애의 한도 풀어주고, 성재의 악귀도 떼어내는 일이 아직 남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앞으로 딱 이 두 사람을 볼 날이 딱 3회 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은 많은 이를 슬프게 할 듯 싶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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