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0%를 노리며 무서운 기세로 달려가는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기로에 놓였다. 바로 배우 김태희가 오는 19일 방송되는 5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
김태희는 드라마 전개상 자신이 연기하는 한여진이 식물인간이었던 까닭에 많은 분량의 연기를 책임지지 못했다. 허나 잠깐잠깐 등장할 때마다 다소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며 '달라지지 않은 배우 김태희'에 그치고 말았다.
이 가운데 지난 13일 방송된 4회는 여진이 드디어 눈을 뜨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5회부터는 자신을 억지로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이복 오빠 한도진(조현재 분)과 갈등을 겪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여주인공인 김태희가 극의 전면에 나서는 셈이다. 그동안 이 드라마는 주원이 홀로 큰 짐을 어깨에 지고 있으면서도 날아다녔다.
2000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후 15년간 끊임 없이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김태희.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 김태희의 커다란 연기적 성장을 보길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김태희는 언제나 어색한 표정 연기와 부자연스러운 발성으로 뭇매를 맞았다. 데뷔 후 언제나 큰 작품의 여주인공을 꿰찼지만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얼굴만 예쁜 배우’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같은 날선 시선은 배우로서 상당히 억울할 법 하지만, 데뷔 후 연기가 달라지지 않은 배우의 잘못도 컸다. 소처럼 일하는 배우까진 아니지만 김태희는 꾸준히 연기를 했고 인정받을 만큼 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용팔이’가 김태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김태희가 누워 있는 사이 이 드라마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와 배우 주원의 활약 속에 시청률 20%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방송된 평일 심야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잘 나가는 드라마에서 김태희가 자신을 날카롭게 보는 대중을 향해 통쾌한 한방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
지난 4회 동안 잠깐이나마 보여준 김태희의 연기는 역시나 문제가 많았다. 자신을 병원에 가둔 사람들에 대한 원망을 담은 격한 감정 표현에서 장난 같은 어색한 발성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5회부터 반전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김태희가 드라마 끝날 때까지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는 비현실적인 바람을 토로할 정도로 그의 연기에 대한 걱정이 큰 게 사실이다.
배우는 연기로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해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품 핑계를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용팔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만 드라마가 기대 이상으로 잘되는 바람에 그의 본격적인 등장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을 뿐이다.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용팔이’가 김태희라는 배우가 더 이상 연기부도수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김태희 스스로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인가.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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