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녀’ 개학 앞둔 극장가 막바지 서머 랠리에 올라탈 수 있을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8.16 07: 31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영화 ‘협녀, 칼의 기억’(박흥식 감독)이 13일 개봉하면서 막바지 여름 극장가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24일 개학을 앞두고 ‘베테랑’ ‘암살’ ‘MI5’가 파이를 3등분하고 있는 가운데 ‘협녀’가 이 점유율 쟁탈전에 뛰어든 것이다. CJ와 쇼박스가 각각 한 편씩 여름 신상을 내놓은데 비해 ‘MI5’ ‘협녀’로 두 편이나 출격시킨 롯데의 공세가 예년과 달라진 풍경이다.
올 여름 극장가는 ‘세 주요작 중 뭘 걸어도 좌석이 찬다’는 말이 나올 만큼 흥행이 평준화된 게 특징이다. 작년 여름 ‘명량’처럼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도 없고, 그렇다고 ‘군도’처럼 1주 천하에 그치며 고개 숙인 패잔병 영화도 나오지 않았다. 각 배급사마다 빅 시즌에 맞는 오락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로 정면 승부해 관객의 까다로운 기호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개봉 9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선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의 첫 1000만 입성이 유력시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이고, ‘암살’ 역시 폭넓은 관객층의 입소문으로 최소 1200만 돌파가 예상된다. 한국을 7번째 찾으며 자신이 제작, 주연한 영화를 세일즈하고 돌아간 톰 크루즈 역시 비싼 전용 비행기 렌트비를 뽑고도 남았다. ‘MI5’는 비록 ‘암살’에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내줬지만 보름도 안 돼 500만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했다.

이제 관심은 ‘협녀’다. 이병헌 전도연의 애절한 멜로와 김고은의 활약, ‘와호장룡’ 부럽지 않은 호쾌한 무협 액션에 사람들이 얼마나 지갑을 열지가 관건인 상황. 일단 낮은 예매율이 이 영화의 흥행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현매 관객이 많아 굳이 예매에 적극적일 필요가 없는 요즘 극장들의 고자세를 감안하더라도 ‘협녀’의 예매율 8%(13일 영진위 집계)는 기대를 밑도는 수치다. 상대 평가로 봐도 ‘베테랑’(37%) ‘암살’(17%)에 현격히 밀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암살’과 ‘MI5’ ‘베테랑’ 역시 개봉 직전과 당일 예매율이 압도적이지 않았고, ‘협녀’의 경우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개봉작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불리한 상황인 만큼 양에 차지 않는 예매율에 서둘러 낙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2위 진입 여부일 것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요즘 개봉작들은 박스오피스 1~2위에 들기 위해 사활을 건다. 3위로 뒤처지는 순간 사실상 흥행 고배를 마시게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2~3주차 스코어가 더 오르는 기현상도 간혹 벌어지지만, 요즘 같은 성수기엔 하루에도 오전, 오후 상영관수가 수시로 바뀔 만큼 냉정하고 치열하다. 밴드왜건 효과 때문에 1~2위에 들지 못한 영화는 스크린 수 만큼 롱런에 중요한 상영 횟수가 급격히 줄게 되면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많은 흥망성쇠를 경험한 영화 관계자들은 ‘협녀’가 첫 주말 박스 3위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점친다. ‘베테랑’ ‘암살’의 파죽지세를 당장 꺾긴 어렵고 롯데시네마가 ‘MI5’ 상영관을 ‘협녀’로 일부 돌리며 3위에 랭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CGV와 메가박스도 첫 주말 ‘협녀’를 걸어본 뒤 점유율을 지켜보며 관수를 확대, 축소할 것이다. ‘협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최악의 경우의 수는 박스 4위일 텐데 ‘MI5’에까지 뒤진다면 사실상 기사회생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첫 주말 3위로 시작해 ‘암살’을 잡으며 2주차 2위로 올라선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병헌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연기 잘 하는 남녀 배우의 멜로라는 점에서 관객의 후한 평가와 지지가 나올 수도 있다. ‘뜻이 다른 세 개의 부딪치는 검’이라는 무협 보다 애절한 멜로와 비장미로 마케팅 방향을 선회한 롯데의 고민이 읽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고려를 배경으로 한 ‘협녀’는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한국 영화가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무협 액션과 깊은 울림을 내포한 서정적인 드라마, 배우들의 호연이 셀링 포인트인 100억대 작품이다. 배급사가 밝힌 손익분기점은 대략 350만 명선. 극중 이병헌은 천민 출신이지만 뛰어난 검술과 지략으로 왕까지 위협하는 최고 권력자가 되며 두 여자와 애증에 얽힌다. ‘협녀’가 과연 이병헌의 극중 배역 유백처럼 불리한 현 상황을 타개하며 그가 가고자 했던 무령궁까지 밟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bskim01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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