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우연도 아니고, 작위적인 것도 아니다. 방송인 정준하가 ‘무한도전’에서 감동의 아이콘이 됐다. 고아 코끼리 도토에 이어 이번엔 아들을 그리워하는 나이 든 어머니의 따뜻한 집밥을 통해 시청자들을 울렸다. 멤버들은 억지스럽다고 또 한 번 놀릴 일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가 만들어가는 감동의 발걸음이 마냥 작위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그 속에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일 터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외 음식 배달을 나섰다. 이날 방송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정준하의 음식 배달. 30년 동안 가봉 대통령 경호원이자 태권도 사범으로 한국을 떠나 있는 아들을 위한 손만두를 배달해달라는 사연이었다.
아들이 보고 싶다는 주름 가득한 할머니의 뭉클한 영상편지부터 심상치 않더니,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끝내 눈물을 흘리는 아들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어머니의 음식을 마주할 때마다 울컥하고, 결국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남긴 채 눈물을 짓는 아들의 모습. 그를 바라보며 엉엉 눈물을 터뜨린 정준하의 진심 가득한 공감은 ‘무한도전’이 왜 해외 음식 배달 특집을 마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해외에서 지내는 이들을 위한 소박한 집밥은 그 어떤 비싼 음식보다 정성이 들어가 있었고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음식 하나에 담겨 있는 사랑은 평소 정이 많다 못해 넘치는 정으로 인해 잘 토라진다는 정준하를 통해 세심하게 전달됐다. 어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고, 함께 눈물을 보이는 것은 정준하가 가진 공감의 힘이다. 정준하가 아니었다면, 눈물을 쏟던 아들이 어머니와 비슷한 외모를 위해 가발과 옷을 입은 정준하의 모습에 웃음을 보이지도 않았을 게다.
사실 정준하는 ‘무한도전’에서 정이 많은 인물이라는 사실이 자주 공개됐다. 넘치는 오지랖과 정 때문에 삐치길 잘해서 다른 멤버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쑤. 또한 감동의 상황을 억지로 짜낸다는 장난 어린 구박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가 ‘극한 알바 특집’ 당시 고아 코끼리 도토를 끌어안고 안쓰러워하는 모습은 멤버들로부터 지나친 설정이 아니냐는 타박을 받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도토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고, 결국 이번 해외 음식 배달 특집에서 추가로 도토까지 만나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더해졌다.
멤버들의 놀림에 언제나 입이 툭 나오기 일쑤인 남자. 감동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는 솔직한 성격 탓에 과한 설정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가 걸어다니는 길마다 감동이 묻어나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번 해외 음식 배달 특집은 어느새 감동의 아이콘이 된 정준하 덕에 더 큰 울림을 이끌어냈다. /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