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동안 중국, 벨기에, 네팔 등 세계 각국 청년들의 고향을 찾아 이색적인 풍경과 타국 문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혀 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최초로 국내 여행을 떠났다.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춘 유홍준 교수의 쉽고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와 어우러진 부여 여행은 백제의 과거와 현재를 느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하 ‘내친구집’)에서는 유홍준 교수가 나이 많은 친구 콘셉트로 등장, 전현무, 유세윤, 알베르토, 장위안, 다니엘, 기욤, 타일러, 블레어 등 총 9명의 친구들이 백제의 옛 수도 부여로 여행을 떠났다.
이날 친구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경쟁 구도를 펼치게 됐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유홍준 교수로부터 백제의 미학을 잘 드러낸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의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표현을 배운 친구들은 검이불루 팀과 화이불치 팀으로 나뉘어졌고, 숨겨진 구슬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 질주를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첫 번째 도착지는 백제가 두 번째 수도인 웅진을 수호하기 위해 세운 성인 공산성이었다. 이곳에서 두 팀의 게임이 시작됐다. 현무 깃발을 따라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석탑을 거꾸로 놓은 듯한 연지에 숨겨진 구슬이 있다는 유 교수의 힌트에 따라 검이불루 팀인 전현무, 기욤, 알베르토, 블레어는 그 말을 따랐고, 공산성 연지에서 무사히 구슬을 차지했다. 한편 화이불치 팀인 유세윤, 타일러, 장위안, 다니엘은 지름길을 봤다는 유세윤의 말을 따라 다른 길로 출발했다가 유 교수가 말한 목적지가 아닌 왕궁지 연못에 도달했다.
이 곳에도 구슬은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 구슬에는 아무 글자도 새겨지지 않은 ‘꽝’이었고, 이에 실망한 이들은 사기를 계획했다. 구슬에 직접 글자를 쓰자는 친구들의 제안에 장위안이 나서 완벽하게 가짜 구슬을 완성했고, 친구들은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샀다.
친구들의 두 번째 목적지는 무령왕릉이었다. 1971년, 배수로 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본격적인 발굴 작업을 시작하기 전, 언론에 왕릉이 공개되면서 문전성시를 이룬 기자와 시민들 때문에 묘실 개봉에서 유물 수습까지 단 17일 만에 발굴이 끝났다. 졸속 발굴을 한 발굴단에게는 연달아 악재가 들었다. 큰 고분을 발굴하면 불길한 재난을 당한다는 말처럼 발굴 1년 뒤 파산에 이르러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고 김원룡 발굴단장 이야기는 물론, 발굴 이후 교통사고를 당한 고고학자의 이야기까지 유홍준 교수가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들을 수 없었던 왕릉 발굴 비화에 친구들은 무령왕릉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고분모형 전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백제 문화에 심취했다.
이어 친구들은 정림사지 5층 석탑을 찾았다. 한국 석탑 양식의 계보를 정립하는데 중요한 자료이자 백제 멸망 당시의 역사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친구들은 나당 연합군이 백제 멸망과 동시에 탑에 당시 상황을 기록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에 장위안은 자신의 조상이 백제를 멸망시키는데 일조했다는 것을 알고 얼굴을 붉히며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그동안 외국의 문화를 주로 담았던 ‘내친구집’은 백제의 역사를 알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더불어 그동안 잘 몰랐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다큐와 예능이 조화를 이루며 MSG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담백한 진행으로 작품성과 시청률까지 모두 잡은 ‘내친구집’.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한편 ‘내친구집’은 JTBC ‘비정상회담’ 출연진들이 친구의 나라와 집을 찾아가 입으로만 얘기한 문화의 차이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내친구집’에서 부대껴 살며 겪게 되는 좌충우돌 생활을 담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45분 방송. / nim0821@osen.co.kr
‘내친구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