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니?"
첫 인사로 식사를 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밥정(情)은 남다르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먹고 살기가 퍽 어려웠던 이른바 '보릿고개' 시절을 겪었기에 밥에 대한 애착이 강한 건지도 모르겠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밥 말고도 먹을거리가 넘쳐 흐르는,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고된 삶을 살았던 당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삶의 품격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부와 명예를 탐하느라 따뜻한 말 마디, 즉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희미해졌다. 한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밥 한끼 나누기도 쉽지 않다. 이에 MBC 예능 '무한도전'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나라를 찾은 기쁨보다 한 끼의 밥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족의 사랑을 일깨워줬다. 여타 프로그램들과 다른 시각으로 '국민 예능'다운 행보를 보인 것이다.
지난 15일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방송된 '무한도전-배달의 무도'는 저녁 시간대에 시작하며 시청자들에게 밥정으로 빚어진 한국인의 힘을 전달했다. 앞서 진행된 무도 장학 퀴즈 결과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가 각각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밥을 배달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정준하와 박명수가 배달 대륙을 변경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가 각각 미국, 칠레, 가봉으로 떠나 가족의 정성이 담긴 밥을 배달했다. 세 사람은 꾸미지 않고 담백하게 진심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이끌어냈다. 정준하는 해외극한알바 특집에 이어 특유의 감성으로 시청자들을 울렸다.
'배달의 무도'가 이토록 주목받는 건 현대인들에게 가족을 소중함을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각자 바쁜 일상 탓에 한 식탁에 앉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 저녁을 먹는 모습이 추억이 된 요즘 따뜻한 밥상이 주는 힘을 보여줬다. 우리에게 사랑과 행복, 진정한 나눔에 대한 깨달음을 전해준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밥'으로 안부를 건넨 것 같다. 살갑게 손을 흔드는 이도, 전화 한 통 해 주는 이도 없는 이 무미건조하고 공허한 삶에 한 끼 식사를 통해 정을 선물한 것이다. 사실 쓸쓸함으로 마음이 궁핍해질 때 누군가가 "밥 먹었어?" "밥 한 번 먹자"는 인사를 하면 가슴이 찡해지곤 한다. 인사치레라도 스쳐지나가는 한마디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흰 쌀밥처럼 가슴 한구석이 뜨끈뜨끈해지는 것이다.
밥이 무엇이기에 큰 힘을 갖는 것일까. 한국인들에게 밥심은 낮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나누는 인정이자 온정이다. 땀과 눈물, 정성이 어린 밥을 대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정이 넘치는 잔칫집이 된다. 밥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무한도전'에 다시 한 번 고맙다./ purplish@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