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개진 얼굴로 간신히 뗀 입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나왔다. 듣는 이로선 24년 인생 중 첫 고백이라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배우 조재현이 딸 조혜정에게 '무뚝뚝한 아빠'에서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아빠'로 거듭나며 안방에 감동을 선사했다.
16일 오후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서 조재현은 딸 조혜정이 유학 시절 믿고 의지했던 언니들을 데리고 계곡에 갔다. 무뚝뚝한 자신과 달리 밝은 성격의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겼다. "성격 좋은 친구들 덕분에 혜정이도 밝은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식사 중 조혜정의 친한 언니들은 조재현을 보며 "유학 시절 조혜정이 아빠를 '안 친한 삼촌'이라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조혜정은 "그때는 아빠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별로 없었다. 어버이날 친구들과 부모님께 전화해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게임을 했는데 우리 아빠만 촬영 중이라고 전화를 끊기도 했다"며 섭섭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그랬던 조재현-혜정 부녀였지만 이젠 달라졌다. 조혜정은 "요즘엔 아빠와 하는 것에 대해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다. 만나면 아빠 이야기만 한다. 남자 친구랑 있던 일을 자랑하듯 말한다. 그래서 친구들도 뿌듯해한다"고 활짝 웃었다. '아빠를 부탁해'를 찍으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는 것.
하지만 조재현의 애정표현은 여전히 2% 부족한 편이었다. 친구들은 조재현에게 "아저씨는 표현에 서툰 것 같다. 혜정이한테 사랑한다 말씀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재현은 "노래하는 것도 싫지만 뭘 깔아 놓고 하는 게 싫다"며 난감해했고, 그런 아빠를 보며 혜정이 먼저 "아빠 사랑해"라고 애교를 부렸다.
딸과 친구들의 성화에 결국 조재현이 졌다. 쑥스러운 까닭에 얼굴이 새빨개진 조재현은 대사 연습하듯 몇 번을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 "우리 예쁜 혜정이 사랑해"라고 외쳤다. 애교 섞인 윙크와 깜찍한 하트손은 보너스였다. 난생 처음 보는 아빠의 애교에 조혜정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실 조혜정에겐 아빠의 애교뿐만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 또한 처음이었다.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는 드라마에서나 들었다. '피아노' 대사 중 "사랑한데이 알라뷰'가 다였다"고 말했을 정도. 이런 까닭에 수줍은 아빠의 사랑 고백은 더 큰 감동이 됐다.
조재현-혜정 부녀는 방송 초반 어색한 기류로 평범한 가정 부녀 사이를 대변했다. 그랬던 이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가까워졌고 이젠 사랑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누는 부녀로 성장했다. 비록 조재현의 얼굴은 새빨개졌고 사랑 고백 직후 카메라 뒤로 도망갈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아빠는 용기를 냈고 딸은 행복해했다.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스타일의 이들 부녀를 보며 시청자들도 여러 가지 깨달음이 많을 터. 서로의 간격을 좁히며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는 조재현-혜정은 '아빠를 부탁해'가 바라는 부녀상이다.
한편 '아빠를 부탁해'는 평소 표현이 서툰 아빠들이 딸과 함께 지내며 좌충우돌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50분 방송. /comet568@osen.co.kr
'아빠를 부탁해'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