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해 판정단으로부터 걸그룹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던 배우 이성경. 무대에서만큼은 배우가 아닌 가수로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숨겨진 매력을 가감 없이 꺼내보였다.
최근 들어 이성경은 MBC 주말 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상대 남자배우 윤박과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역의 김성령과 안타까운 모성애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문제아 오소녀 역을 맡은 이후 긍정녀 강이솔 역할로 단숨에 주연을 꾀차더니 어색하지 않은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나날이 발전하는 연기 실력에 더불어 노래실력까지 겸비했다니 놀라움 따름이다. '복면가왕'은 그야말로 이성경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성경은 지난 16일 방송된 MBC 예능 '일밤-복면가왕' 준결승전에서 꽃을 든 꽃게라는 이름으로 판정단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는 지난 9일 방송에서 귀여운 튜브소년(허공)을 52 대 47표로 꺾고 2라운드에 오른 결과였다. 당시 이성경은 허공과 함께 아이유와 임슬옹의 '잔소리'를 부르며 등장했다.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튜브소년 허공의 목소리와 상큼 발랄한 꽃게 이성경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청중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어진 준결승전 무대에서 이성경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그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르며 청아하고 애잔한 음색을 자랑했다. 진심을 다해 노래하는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올라갔다. 큰 키와 늘씬한 몸매 덕분에 '소녀시대 서현 같다' '애프터스쿨 나나 같다'는 추측이 난무했고 꽃게가 이성경이었단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판정단의 투표 결과, 꽃게가 네가 가라 하와이에게 21대 78표로 패배하면서 얼굴을 공개하는 순간에 놓였다. 이성경은 솔로곡 무대에서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를 부르며 복면을 벗었다. 많은 사람들은 전혀 떠올리지 않았던 이성경의 등장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굴을 드러낸 이성경은 자신을 향해 놀라는 사람들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여기까지 올라온 건 정말 기적이다. 하도 노래를 부르니 주변에서 복면가왕에 나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평상시에 좋아하는 것이니까 재미있게 하고 와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며 "50부작 드라마를 하면서 생활처럼 되버린 촬영 속에서 소풍 나온 기분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출연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성경의 연기 경력은 길지 않다. 모델로 활동하던 그녀가 배우로 데뷔한 '괜찮아, 사랑이야'가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성경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기존의 여배우들과 달리 자연스러운 이목구비로 남다른 매력을 풍겼기 때문이다.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주연 자리를 꿰차면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성경은 자신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성경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기대되는 건 당연하다./ purplish@osen.co.kr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