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SBS 주말극을 부활시킬 비장의 카드로 창대하게 시작했으나, 그 끝은 공감 잃은 로맨스와 PD의 하차 번복과 두 번의 작가 교체라는 내부 갈등으로 미약했다.
'너사시'는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오하나(하지원 분)와 최원(이진욱 분)이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들과 성장통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로,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를 원작으로 한다. 이는 이미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너를 사랑한 시간'의 제작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너사시’는 첫 방 이후 남녀 주인공의 지지부진한 로맨스와 설득력을 잃은 캐릭터로 줄곧 시청자들의 원성에 시달려왔다. 특히 많은 의문을 들게 했던 것은 여자 주인공 오하나 캐릭터. 그는 “자기 주관이 강하고 당차며 도전적이다”라는 설정과는 달리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답답함을 유발했다.
극 중 오하나는 17년 동안 자신만을 바라본 최원(이진욱 분)과 3년 전 이유도 모른 채 헤어져야 했던 전 남자친구 차서후(윤균상 분) 두 남자와 삼각관계를 그렸다. 그는 결국 미련이 남았던 차서후를 택했지만, 이미 벌어졌던 관계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최원과도 더 이상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게 됐다.
하나가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말 못할 사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의 다정함을 거부하지 않는 ‘어장관리’식 태도를 취했기 때문. 이러한 피곤한 로맨스를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까지 지켜봐야했던 시청자들이 지친 것은 물론이다.
결국 오하나와 최원은 지난 15회에 이르러서야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 그 어떤 커플보다도 힘들게 이어진 두 사람이지만 왠지 모르게 속 시원한 느낌보다는 허무한 끝맛이 남았다. 이들의 로맨스에 공감하기에 그간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만큼 공감할 수 없도록 그려졌기 때문일 터.
이는 마지막 회가 방송된 16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하나와 최원은 결혼에 성공했고, 주변인들 또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며 훈훈한 마무리를 그렸지만 역시 초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작품을 둘러싼 여러 잡음과 시청률 부진의 상황 속에서도 열연을 펼친 하지원과 이진욱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너를 사랑한 시간' 후속으로는 '김현주 지진희 이규한 등이 출연하는 '애인있어요'가 방송된다. '스캔들' '반짝반짝 빛나는' 등을 집필한 배유미 작가의 작품으로,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그린다. / jsy901104@osen.co.kr
'너사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