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뒤집혔다!” 통쾌한 대사였다. 영화 ‘베테랑’에서 서도철(황정민 분)이 조태오(유아인 분)를 향한 반격의 기회를 잡으면서 외친 임팩트 있는 한 마디. 이후 도철은 완전히 분위기를 뒤집어엎고 자신의 페이스를 가져간다.
자신이 연기한 도철처럼, 황정민은 이번 영화로 판을 뒤집었다. 지난 15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기 시작한 것. 또 다른 의미도 있다. 황정민은 2연속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보증 배우가 될 전망. 그간 뛰어난 연기력에도 필모그래피에 남긴 흥행작의 수가 비교적 적어 아쉬움을 샀던 그다. 그런데 ‘국제시장’에 이어 이번 ‘베테랑’으로 완전히 ‘흥행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진짜 판이 뒤집혔다.
황정민은 연극판에서부터 차근히 내공을 다져온 잔뼈 굵은 베테랑이다. 매년 꼬박 한 편 이상 영화를 낸 모범생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호평 속에도 그간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넘긴 영화가 없어 아쉬웠던 찰나에 만난 작품이 ‘국제시장’이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이 작품이 1400만 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드디어 만난 ‘인생작’이겠거니 했는데, ‘베테랑’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베테랑’은 지난 16일 오전 600만 고지를 넘어섰다. 개봉 12일만의 쾌거다. 앞서 개봉 3일째 100만, 4일째 200만, 6일째 300만, 9일째 400만 관객, 10일째 500만 명을 돌파한 ‘베테랑’은 여전히 예매율 1위를 달성하고 있어 3주차에도 흥행 돌풍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영 중인 ‘암살’에 이어 2015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2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더불어 흥행 속도는 ‘국제시장’(16일), ‘7번방의 선물’(17일), ‘변호인’(15일) 등 역대 천만 영화의 흥행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라 더욱 호전적이다. 이미 1000만 돌파는 예견된 일이며 얼마나 높은 관객수를 기록하며 역대 순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영화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작품. '부당거래' 등으로 류승완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황정민이 베테랑 광역수사대 서도철 역을, 유아인이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황정민은 선배 배우답게 ‘베테랑’에서 중심을 잡았다. 이제는 거장 대열에 올라선 류승완 감독과 보여주는 호흡이 특히나 인상적. 류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 액션에 ‘개콘’ 뺨치는 유머와 유쾌함, 시원시원한 전개를 황정민이 스크린 위에 보기 좋게 풀어 놓는다. 그는 거칠고 자존심 센 서도철에 은근슬쩍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까지 가미시키며 캐릭터를 맛깔나게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쯤 되니 ‘연기 베테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연기력에 이제는 흥행성까지 더해지면서 황정민은 더욱 영향력있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joonamana@osen.co.kr
영화 '베테랑'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