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이 개봉 12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천만을 향해 똑바로 달려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했던 재벌 악역 vs 정의의 경찰 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왜 '베테랑'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베테랑'은 안하무인 재벌 3세를 쫓는 형사의 활약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영화다. 유아인이 재벌 3세 조태오, 황정민이 광수대 서도철 역을 연기했다. '액션 영화의 대가' 류승와이 메가폰을 잡고,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단언컨대 '베테랑'은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 최고의 오락액션 영화다. 느슨하고 팽팽함을 오가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123분이라는 런닝타임 내내 확실하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류승완 감독이 함께 만들어 낸 액션신들은 전작들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유난히 더운 올해 여름 화끈한 액션을 원하는 이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베테랑'을 택했다. 또한 '암살', '협녀, 칼의 기억'이 일제강점기, 고려말에서 총, 검의 액션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베테랑'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담아냈다. 여타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몰입이 수월한 이유다.
뿐만 아니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재벌의 '갑질'과 '탈선'이 실제 뉴스를 장식했던 사건들과 흡사하다는 사실은 극장을 찾은 서민들을 분노케 했다. '맷값 폭행 사건', '보복 폭행 사건', '재벌 2~3세들의 대마초 파문' 등이 그것. 우연처럼 발생한, 모 제약회사 회장 아들의 주차장 행패 역시도 '베테랑'과 절묘하게 엮여 더욱 화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영화는 우리가 어디서 봤음직한 일들의 단순 나열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도철 형사를 통해 진짜 정의를 실현시키며, 꼭 보고 싶었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결말을 관객들에게 안겨준다. 현실에서 웃지 못했던 서민들은 영화를 통해서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웃는다. 류승완 감독은 OSEN에 "극중 주인공이 승리하는 이야기가 아닌, 서민이 승리하는, 지켜보는 내가 승리하는 느낌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재벌 소재와 그걸 다루는 방식만으로 서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베테랑'은 배우 황정민과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 '믿게 된 배우' 유아인과 주고 받는 연기합은 영화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대체 불가한 화끈한 오락액션 영화,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소재로 차용함은 물론 꼭 보고 싶었던 결말, 그리고 명배우들의 연기 향연 등은 '베테랑'을 한 번 봐도 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만들며, 일찌감치 여름 극장가 대전의 내실 좋은 강자로 만들었다.
한편 '베테랑'은 지난 5일 개봉 이후 흥행 순항 중이다./ gato@osen.co.kr
'베테랑'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