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베테랑’ ‘암살’ 쌍천만, 재벌 아들과 아베까지 돕는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8.17 07: 09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흥행 질주중인 영화 ‘베테랑’과 ‘암살’이 뜻하지 않은 지원사격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인데 최선을 다한 두 영화가 예기치 않은 우군(?)까지 만나 화장실에서 웃게 된 형국이다. 불운한 지원군으로 지목된 인물은 박카스로 유명한 재벌회사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4남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다.
 개봉 12일 만에 6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괴력을 발휘중인 ‘베테랑’은 망나니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체포하기 위한 광수대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집념어린 추격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물이다. 인의 장막에 겹겹이 둘러싸인 재벌가 안하무인 도련님이 검찰도 아닌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지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대중들을 휘어잡고 있다.
 프리 단계에서 실제 재벌가 사례를 정밀 취재한 류승완 감독의 발품과 정성 덕분에 영화 곳곳에 사실적인 장면과 설정이 여럿 등장하는데 공교롭게 영화 한 대목이 연상되는 재벌 2세 사건이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사건의 장본인은 자신의 차에 주차 스티커를 붙였다고 물품을 집어던진 혐의로 기소된 재벌가 모 2세다.

 지난 3월 벌어진 사건이 경찰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는 점, CCTV로 범인의 신원이 특정돼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 여기에 홧김에 벌어진 재물손괴라는 범죄혐의 등이 영화 ‘베테랑’과 흡사해 사건이 공개된 15일, SNS로 일파만파 퍼졌다. 영화에선 조태오가 임금 체불에 항의해 피켓 시위를 벌인 화물 트럭기사(정웅인)를 아들이 보는 앞에서 치아가 부러질 정도로 맞게 한 뒤 맷값을 줘 모멸감을 겪게 하는 장면이 나와 관객의 공분을 샀다.
 당장 온라인 관련기사엔 ‘경비실 직원 자리에 있었으면 어쩔 뻔’ ‘왜 이런 사건은 꼭 뒤늦게 알려지나’ ‘베테랑 선견지명 있었네’ ‘냄새 진동하는데 서도철 출동시켜라’ 같은 댓글이 대거 올라와 있다. ‘베테랑’을 본 관객에겐 기시감을 느끼게 해준 사건인 동시에 아직 안 본 이들에겐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구매력을 한층 높여준 계기가 된 셈이다.
정작 ‘베테랑’ 측은 이 사건에 대해 애써 선을 긋는 분위기다. 굳이 불미스런 사건을 영화와 연관 지을 필요가 없고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경영권을 놓고 형제끼리 난투극을 벌이는 롯데에 이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 터진 이번 재벌 사건이 반 재벌 정서를 담은 ‘베테랑’에 호재라는 데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드라마틱하게 광복절 천만을 찍은 ‘암살’도 아베 신조라는 뜻하지 않은 ‘우군’을 만났다. 아베는 지난 14일, 전후 70년을 맞은 담화문을 발표했는데 식민 지배와 과거사 왜곡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빠져 한국과 주변 국가의 공분을 샀다. 자국 보수층과 미국을 의식한 고도의 정치적 수사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반일 감정은 더욱 가열될 전망.
친일 척결과 독립투사들의 숭고함을 기리는 ‘암살’로선 나쁘지 않은 장세가 이어지게 된 셈이다. 아베가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들러 참배하는 모습이 연출됐더라면 더욱 휘발유가 부어졌겠지만 여전히 사죄할 줄 모르는 일관성을 보임으로써 ‘암살’의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졌고, 당분간 이 영화를 찾는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암살’의 한 관계자는 “주 관람층이 20~30대에서 40~50대 이상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최종 스코어로 1250만 정도 예상하지만 20일 개봉하는 뷰티 인사이드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쇼박스 추석 개봉작 ‘사도’까지 이렇다 할 센 작품이 없는 만큼 9월 중순까지 롱런하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다. 아베의 미온적 담화에 대해선 “영화 외적인 요인일 뿐 직접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말을 아꼈다.
대표적인 흥행 비즈니스인 영화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으뜸 요인은 단연 콘텐츠이지만, 대외 환경도 무시할 수 없는 종속 변수다. 최근 ‘연평해전’이 메르스를 피해 6월 호국 보훈의 달로 개봉을 옮겨 기대 이상 흥행한 것도 운칠기삼의 사례였다. 뜻밖의 호재를 만난 ‘베테랑’ ‘암살’이 올 여름 쌍 천만 영화로 기록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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