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시청률 25%도 넘고 그랬는데 이젠 반의 반토막이 됐다.”(김구라)
개편 첫 녹화에서 예전만한 인기를 누리지 않는다고 냉철한 독설을 하는 MC 김구라. 김구라의 말에 화통하게 웃으면서 “새 MC가 왔으니 다시 잘되지 않겠느냐?”라고 다독이는 신동엽. MC들의 말을 들으며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방청객. 여기는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의 생동감 넘치는 촬영 현장이다.
‘세바퀴’가 확 달라진다. 2008년 첫 방송을 한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는 대표적인 장수 토크쇼다. 한때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30%를 웃돌 정도로 ‘무한도전’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세바퀴’는 그 여느 장수 토크쇼가 그러하듯, 익숙해서 오는 침체기를 겪었다.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주부 시청자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지난 2년간 ‘세바퀴’는 끊임 없이 구성의 변화를 시도했다.
어느새 독설이 넘쳐났던 ‘세바퀴’는 확 달라졌다. 편안하면서도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토크쇼로 변모했다. 분위기를 세련되게 바꾼 이 프로그램이 택한 다음 행보는 새 MC 영입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신동엽과 김구라 외에 2명의 MC를 추가로 영입했다. 4명의 MC 체제는 방송 7년 만에 처음이다. 새 MC는 배우 온주완과 서예지로, 젊은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3일 서울 상암 MBC에서 개편 첫 녹화를 진행했다. 세트도 산뜻하게 바뀌었다. MC들과 게스트들이 반원형 형태로 모여 편안함을 더했다. 딕펑스의 김재흥이 신나는 오프닝 무대까지 마련하며 개편을 축하했다. ‘세바퀴’ 촬영장은 카메라가 비추는 세트, 그리고 웃음소리를 책임지는 방청객, 촬영을 진두지휘하는 제작진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른 오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던 촬영장은 금세 출연자들로 가득했다. 녹화가 시작되면 제작진을 제외하고 출연자들의 스태프는 자연스럽게 빠진다. 출연자들이 녹화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이날은 새로운 식구들이 함께 하는 날. 새로운 MC인 온주완과 서예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신동엽과 김구라의 배려 속에 안정을 찾아갔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가 바로 ‘세바퀴’의 매력. 과감한 ‘셀프디스’도 있다.
신동엽은 하차한 서장훈을 언급하며 “서장훈이 가고 서예지가 왔다”라고 농담을 했다. 김구라는 “서장훈이 새로운 MC가 누구냐고 자꾸 묻는다”라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중저음의 목소리인 서예지는 짓궂은 오빠들의 놀림에 황급하게 발랄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잘생긴 배우 온주완은 재치 넘치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김구라는 중간 중간에 독설을 잊지 않는다. 이를 자연스럽게 묶는 역할은 신동엽이다. 개편 첫 녹화였지만 4명의 MC들의 호흡은 좋았다.
특히 김구라는 긴장한 서예지에게 “우린 신경을 쓸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신동엽은 김구라의 배려 섞인 ‘셀프디스’에 “언젠가 신경을 쓸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받아쳤다. 김구라는 “예전에는 시청률 25%도 넘고 그랬다. 지금은 반의 반토막이 됐다”라고 우울한 표정을 지어보여 웃음을 안겼다. 김구라의 말에 “새 MC들이 왔으니 다시 잘되지 않겠느냐”라고 수습하는 사람은 신동엽이었다. 마치 잘 짜인 개그 같지만 이는 모두 현장에서 합의되지 않고 나온 애드리브였다. 그만큼 웃음을 만들어내는데 최적화된 MC가 신동엽과 김구라였다.
제법 두꺼운 대본에는 MC들이 해야 하는 말들이 적혀 있다. 허나 기본적으로 소개를 해야 하는 진행을 제외하고 농담은 MC들이 즉석에서 던진다. 대본대로 진행되는 것은 코너 소개 정도다. 그렇다고 MC들이 대본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녹화 시작 전 MC들은 대본을 읽느라 정신이 없다. MC들은 제작진과 개편 방향과 녹화 중 챙겨야 할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했다. 다만 자연스러운 진행을 위한 철저한 대본 숙지나 MC들끼리 합을 맞춰보는 시간은 따로 없을 뿐이다.
물론 제작진은 개편 첫 녹화인만큼 평소와 달리 MC들끼리 대본을 한 번 맞춰보자고 권했으나, MC들은 행여나 맞춰보고 진행을 하면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하자”라고 다시 제안을 했다. 스튜디오 예능이지만 리허설도 없다. 카메라 동선만 확인할 뿐이다. 사실상 즉석 상황극을 만들어가며 재미를 더한다. 즉석 상황극의 생생함과 역동적인 재미가 ‘세바퀴’의 매력이다. 진행상의 이유로 잠시 녹화가 중단되는 사이에도 MC들과 게스트들은 수다를 떨기 바쁘다. 오랫동안 안방극장을 지켜온 장수 토크쇼 ‘세바퀴’의 힘은 이 같은 편안한 즐거움이 가득한 촬영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개편 첫 방송에는 레이디제인, 홍석천, 이종수, 김정민, 윤성호, 이정, 조세호가 출연한다. 녹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제작진의 편집과 재밌는 자막이 덧입혀 안방극장에 더 큰 웃음으로 다가올 것이다. 개편 첫 방송은 21일 오후 10시. / jmpyo@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