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무르익고 있다. 대충 묶은 머리에 후줄근한 차림의 김희애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간의 우아한 이미지를 벗고 처음 입은 강력계 여형사의 옷이 이토록 잘 어울릴 줄이야. 특급 칭찬도 모자랄 판이다. 연기력만큼은 여배우계의 미세스 ‘갑’이다.
김희애의 매력은 그가 맡은 최영진 캐릭터가 ‘형사’ 역할에 집중하면서 더욱 맛깔나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극본 황주하, 연출 유인식)에서 노련하고 능수능란한 수사력, 세상을 끌어안는 따스함,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 같은 뻔뻔함까지 겸비한 아줌마 형사 최영진을 맡고 있다. 형사로는 백점, 엄마로선 빵점인 형사 아줌마의 활약을 통해 대한민국 워킹맘의 위대함과 애환을 보여주는 것이 기획의도다.
방송 초반 ‘형사’와 ‘엄마’를 오갔던 인물 최영진. 극이 중반으로 갈수록 형사로서의 모습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희애의 매력적인 연기가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 잔뼈 굵은 베테랑 형사 특유의 껄렁껄렁함부터 범죄자와 마주쳤을 때도 당황하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 배짱 두둑하게 툭툭 뱉는 대사들은 그간의 김희애를 잊게 한다.
우아함의 아이콘이었던 그에게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 양말을 벗다 만 채 의자 위에 발을 올리고 자는 연기도 서슴이 없다. 캐릭터에 완전하게 녹아든 모습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5회에서는 손호준, 이다희와의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영진(김희애 분)이 한진우(손호준 분), 민도영(이다희 분)와 한 팀을 꾸리게 되는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영진은 그간 눈여겨보던 두 사람을 자신의 강력1팀으로 합류시켰다. 팀을 이룬 이들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무뚝뚝하고 말이 없지만 완력으로 범인을 몰아세우는 스타일의 진우와 경찰대 출신으로 명석한 두뇌와 꼼꼼한 성격을 가진 엘리트 도영, 수년간의 노하우로 똘똘 뭉친 영진의 콤비플레이가 꽤나 인상적이다.
특히 노련하고 능수능란한 수사력을 갖춘데다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영진이 꽤나 멋스럽게 그려진다. 이를 연기하는 김희애는 마치 실제 모습인 듯 영진을 연기해낸다. 처음 도전하는 연기 스타일임에도 낯설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바로 전 작품인 JTBC ‘밀회’에서 감성 깊은 멜로 연기를 펼쳤던 그 배우가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드라마의 스토리도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팀을 이룬 세 사람의 본격적인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한편 '미세스캅'은 정의롭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경찰 아줌마의 활약을 통해 대한민국 워킹맘의 위대함과 애환을 그린 드라마.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 joonamana@osen.co.kr
'미세스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