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꿈꿔본 적은 없어요. 한다면 평범한 결혼식을 하고 싶네요.” 인상적인 멘트였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홍석천. 그는 누구보다도 ‘평범한 삶’을 꿈꾸고 있었다. 좀처럼 평범할 수 없는 그의 고충과 진솔한 고백에 객석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500인’의 풍경이다.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세상에 말한 지가 벌써 십여 년. 성소수자로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려웠을 세월을 홍석천은 공인으로 살아가며 세상과 부딪쳤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톱게이’로 불리며 예능계에서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하는 날이 오기도 했지만, 아직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날 방송에서 홍석천은 이러한 고충과 그간의 속내, 현재 애인에 대한 이야기부터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하나하나 털어놨다. 물론 웃음을 잃지 않고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찍어내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가 꽤나 인상적이고 괜시리 뭉클하다.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다. 홍석천은 “아직도 엄마가 나를 위해 기도하러 가신다. ‘네 힘으로 안 되는 거다’라고 말한다. 주변에 누가 결혼하면 그런 얘기를 자꾸 하시고 끝까지 포기 안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새벽 기도를 하신다. (게이가 아닌)원래 자리로 돌아오라는 기도를 하신다. 그러다 눈길에 미끄러져서 뇌진탕에 걸리셨다. 그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기 시작하셨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커밍아웃을 했을 당시 어머니가 곁을 지켜주셨다는 이야기도 가슴을 건드렸다. 그는 “2000년도에 내가 커밍아웃을 하고 난 뒤에 어머니께서 ‘우리 아들 어떻게 될까봐 옆에서 지켜야한다’고 보름을 곁에 계셨다. 끝까지 지키시려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똑같이 강하시다라는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어머니조차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속상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홍석천은 “나에게는 지금이 제자리인데 자꾸 돌아오라고 하신다. 이해를 못하신다. 엄마 아빠에게 처음으로 애인을 소개시켜드렸는데, 정말 많이 당황하셨다. 참 밉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더해야 나를 인정해줄까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가족과 대중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고, 가게를 하나 하나 더 늘려나갔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대중들로부터 더욱 인정을 받지 못할 것 같았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렇기에 지금의 홍석천이 있을 수 있었다.
이날 홍석천의 고백은 특별했다. 그리고 ‘힐링캠프’였기에 가능했다. 그간 그의 고민과 아픔을 개그 소재로 사용했던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 ‘힐링캠프’는 500명의 MC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에 대중들도 진지하게 그를 위하고 이해해볼 수 있었다.
한편 '힐링캠프'는 지친 마음을 힐링 시켜 줄 신개념 토크쇼로 매주 월요일 11시 10분 방송된다./joonamana@osen.co.kr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