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 유격수 김재호, 첫 100안타의 깊은 의미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8.18 05: 56

김재호(30, 두산 베어스)는 오래 전부터 수비로 인정을 받아온 선수다. 반면 공격력에는 의문부호가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팀이 치른 104경기 중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5리, 출루율 3할9푼8리로 정상급 공헌도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는 시즌 100번째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4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뛰어들어 맞이한 12번째 시즌에 처음 맛보는 한 시즌 세 자릿수 안타였다.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로 확실히 거듭났음을 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는 상징적인 기록을 달성한 셈이다.
김재호는 100안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나눴던 대화에서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느낌일 것 같다. 사실 지난해 했어야 하는데 한 순간에 체력이 떨어졌다. 올해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시즌 전체를 돌아봤다. 2014 시즌 그는 14타수 무안타로 출발했음에도 5월 타율 3할9푼2리로 뜨거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져 타율 2할5푼2리, 86안타로 시즌을 아쉽게 마감한 바 있다.

아픈 경험이 공격력과 체력 강화에 힘쓰는 계기로 작용했다. 김재호는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부터 보양식을 찾으며 알차게 시즌을 준비했다. 엄청난 식비를 감당해야 했지만, 자신을 위한 투자로 생각했다. 그렇게 몸무게를 불리며 펀치력이 생긴 동시에 풀타임을 소화해도 끄떡없을 체력이 만들어졌다. 체력적인 문제가 없음은 월간 타율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월간 타율 중 가장 낮았던 7월의 타율이 2할8푼8리였을 만큼 그는 시즌 내내 처지지 않고 꾸준하다.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것 역시 야구를 잘 하기 위한 준비과정의 일환이었다. 이에 대해 김재호는 "체력 관리에 있어 예민할 정도로 노력했다. 쉴 때도 약속을 잡기보다 항상 좋은 음식을 먹고 혼자 사우나에 가는 정도만 했다. 그래서 야구와 맞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개인 첫 세 자릿수 안타가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는 "일단 신경을 썼던 공격에서 성과가 나타났다는 점에는 만족한다. 경기 수가 늘어나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빨리 달성하고 싶었다. 주전인데 100안타를 치지 못하면 팀에 손해이기도 하고 내 자존심에도 상처가 될 것 같았다. 이제 더 편한 마음으로 안타 수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을 이었다.
크게 보면 유지훤-김민호-손시헌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유격수 계보에서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 타율을 달성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김재호는 두산 유격수 공격 부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특히 9번 타순에 위치해 기본적인 타수가 적고, 희생번트나 팀 배팅 등으로 온전히 타격할 기회를 잃는 경우까지 많았음에도 삼진(30개)보다 많은 볼넷(38개)을 얻으며 시즌이 한창인 8월에 100안타를 쌓은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재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9번 타순에 있으면 타수가 적어져 100안타를 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잘 하고 있나 생각을 하면서도 가끔은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더 잘 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지금 페이스로 시즌을 마친다면 골든글러브에도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성적이 완성된다. 간단히 보면 도루는 김상수(삼성), 홈런은 김하성(넥센)이지만, 타격은 김재호다.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팀 순위 경쟁과 3할 타율이 먼저다"라는 김재호는 "(김)상수는 원래 잘 했던 선수고, (오)지환이도 수비가 좋아졌다. (김)하성이도 잘 하고 있지 않나. 올해가 아니면 골든글러브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후배들이 잘 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않고 남은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다가올 경기에 더 몰두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어쩌면 그것이 골든글러브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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