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대표들의 토론은 늘 흥미진진하다. 각기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진 이들이 찬성과 반대를 오가며 펼치는 주장은 한국 사람으로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사고방식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고, 한국보다 더 보수적인 나라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 속에는 어떤 뛰어난 책이나 강의보다도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홍진경이 게스트로 참여해 G12와 ‘남녀 성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홍진경은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남들과 다른 아이의 행동이 걱정될 수 있는 부모의 마음으로 보면 남녀의 성 역할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주장하며, 제시 된 주제에 ‘정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기욤은 힘쓰는 작업이 많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예로 들며 성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고 홍진경과 같은 의견을 내세웠다. 반면 카를로스는 소방관도 도구나 기술의 발달에 따라 여자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성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타일러 역시 ‘비정상’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성 역할의 근거가 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홍진경은 남자와 여자가 성별이 다르게 태어났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남자에게는 없는 섬세함과 모성애가 있다는 것을 예를 들며 각자의 특성에 맞춰 구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며 토론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타일러의 반박은 계속됐다. 여성의 언어능력이 우수하다고 해서 여성은 외국어 교사를 해야 한다고 사회적 성 역할을 고정시키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이날의 주제에 대해 유난히 할 말이 많아 보이던 G12는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다. 새미는 성 역할에 대한 관념은 생물학적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임신한 여자가 사업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고, 이에 홍진경은 “나는 임신했을 때도 사업을 했다”며 자신과 같은 입장을 가진 새미의 의견에 반박했다. 타일러는 임신을 안 하겠다는 여성은 또 다른 성 역할을 줘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새미는 임신은 하나의 예일 뿐이고 DNA 자체가 다르다고 답했다. 이에 타일러는 성 역할이 DNA에 의해서 만들어진 건 아니라며 옥신각신했다. 한편 샘 역시 타일러의 의견에 동의했다. 섹스는 생물학적인 성이고, 젠더는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그는 젠더는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것이라며 17세기 다호메이 왕국에서는 여성 병사로 구성된 근위대를 왕궁에 배치했었다는 예를 들었다. 그건 어떻게 설명할거냐고 묻는 샘의 질문에 새미는 이내 말문이 막혔고, 알베르토 역시 ‘비정상’이라는 의견에 손을 들었다. 가족 내에서는 성 역할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들에겐 발레보다 축구를 가르치고 싶다는 사연 내용에 대해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며 사회에서는 성 역할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각국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각 나라에서 남녀에게 전통적으로 금기시된 행동, 성별에 따라 잘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 없다,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각국의 노력 등에 대해 G12와 얘기를 나눈 홍진경은 최종 표결에서 성 역할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던 애초의 생각에서 성 역할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그는 “여자로서 제한을 받아왔으면서도 그게 제한인지 모르고 어른이 됐지만 내 딸만큼은 제한 없는 곳에서 마음껏 가능성을 펼쳤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며 생각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스스로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인정하면서도 G12와의 토론을 통해 그들의 주장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킨 홍진경. 개방적인 태도로 의견을 듣고 그로 인한 변화를 인정할 줄 아는 그 역시 한국의 비정상 대표다웠다.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며 차별 없는 세상으로 한 발 더 다가가는데 일조한 G12의 토론이 계속되길 바래본다.
한편 ‘비정상회담’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