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제작진 vs 출연자 갈등, 결국 갑이 이기는 건가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8.20 10: 42

부와 명예를 가진 이른바 '갑(甲)'의 횡포가 힘 없는 '을(乙)'을 울리고 있다.
최근 어느 가수가 한 프로그램의 출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방송사 내부적인 문제로 폐지의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작진은 그에게 촬영을 못할 것이라는 슬픈 소식을 전달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후, 폐지될 것이라던 이 프로는 새로운 출연자로 라인업이 꾸려져 촬영이 재개됐다. 하차 통보를 받았던 그가 억울한 심경을 SNS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한 예능 프로에서 출연 섭외를 받은 배우 A도 다른 일정들을 정리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던 참에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가 '다른 출연자로 결정됐으니 (섭외 건은)없던 일로 하자'는 소식을 문자 메시지로 알린 것이다.

물론 방송국과 제작사만 이런 갑질을 하는 건 아니다. 예전부터 톱 클래스 드라마 작가들은 제작 및 출연진을 쥐락펴락하기 일쑤였다. 일부 인기 배우들은 제작진이나 후배, 무명 연기자들에 이런저런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을 살펴보면 주도권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더 힘 있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씁쓸한 결말이 나온다. 방송사의 제작진이 됐든 가수, 배우 등 연예인이든 대중에 영향력이 높은 쪽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방송사가 연예 소속사와의 관계에서 확실한 갑의 위치에 서 있었다. 결정의 권한이 방송사에 있었고 연예인들은 그것에 따라야만 했다. 이후 연예인들을 관리할 수 많은 기획사들이 생겨났고, 계약서 작성을 통한 캐스팅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옮겨왔다. 최근에는 제작진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프로그램이 각종 논란으로 흠집이 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OSEN에 "제작진이 출연자에게 갑작스럽게 하차 통보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연예인의 스케줄이 맞지 않거나 그들이 대본을 보고 나서 처음에 생각했던 분량과 다를 경우 타협점을 찾지 못해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출연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만 스케줄이 겹치거나 분량이 성에 차지 않아 연예인 측에서 출연을 고사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연예 소속사 측 관계자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한 기획사의 대표는 "제작진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를 캐스팅 할 때 A와 B를 놓고 고민하다가 A가 거절을 하면 B가 출연하는 것으로 대부분 결정이 나는데, 갑자기 A의 마음이 바뀌어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 제작진은 B를 놔두고 A와 촬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캐스팅 0순위의 배우라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제작진의 통보를 기다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여러 작품을 저울질해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는 것.
한 매니저는 "제작진과 스타 사이에 일종의 힘의 논리가 존재한다"면서 "예를 들어 한류 스타급 톱스타를 캐스팅 하기 위해서는 제작진도 오랜 공을 들이며 섭외에 힘쓴다. 이 경우 소속사 측에서 방송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출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제작진의 힘이 더 막강할 경우에는 계약서 작성 전에 배우가 언제든 짤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가진 자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이른바 '갑을 문화'는 우리 사회에 고질병처럼 만연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작진과 출연자가 이같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법적 조치는 없다. 서로 군림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넓은 아량과 여유로 상대를 배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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