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녹화는 촌스럽다?…날 것의 묘미 '생.방.시.대'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8.19 08: 52

카메라 감독이 '테이프 한 번 갈고 갈게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녹화현장에서 일사불란하게 테이프를 가는 모습이 조만간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진 않을지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방송 개국부터 이어져 내려온 녹화 방송이 없어질 리 만무하지만, 최근 방송 콘텐츠를 유심히 살펴보면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생방송은 녹화와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확정성이 있기 때문에 스포츠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날 것의 즐거움을 안기기 때문이다.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킨 셈이다.
●'마리텔', 짜여진 예능에서 만나볼 수 없는 묘미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시청자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앞세워 무섭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마술사 이은결, 종이접구연구가 김영만, 디자이너 황재근 등이 높은 관심을 받았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리텔'은 2주에 한 번, 일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다음TV팟에서 방송된다. 기존의 출연자들은 새로운 출연자들에게 10분 먼저 방송할 기회를 열어준다. 일종의 작은 배려다. 본 방송은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에 시작되는데, 인터넷 생방송은 편집이 가미되지 않은 본 방송에 비해 훨씬 더 신선한 날 것의 재미를 안긴다. 생방송의 인기 척도는 채팅창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글과 비례한다. 첫 회부터 7회 전반전까지 우승을 차지한 '백주부' 백종원은 그야말로 천상계로 분류되며 인간계에 속한 나머지 4명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방송을 이끄는 출연진의 인기에 따라 접속자들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네티즌들은 조금만 재미없어도 '노잼'이라고 외치는 반면, 확실한 재미를 느낄때면 곧바로 '꿀잼'이라는 말을 날린다.
백주부의 '더 고급진 레시피', 이은결의 '일루션 TV', 김구라의 '트루 스토리' 등 자신만의 특색을 살린 1인 방송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방송을 진행하는 도중 벌어진 실수가 그대로 노출돼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생방송이기에 가능한 빈틈 어린 모습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것. 완벽한 이미지를 갖춘 채 멀게만 느껴지던 스타의 인간적인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마리텔'은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예능에서는 절대 만나볼 수 없는 묘미를 안기고 있다.
●'V앱',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꿀잼'
이런 팬 서비스가 또 있을까.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출시한 실시간 동영상 V앱도 연예인 및 각 분야의 전문가를 이용한 '마리텔'과 같은 신선한 재미를 준다. V앱은 스타 실시간 개인방송 애플리케이션으로, 그동안 스타캐스트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아온 네이버가 마련한 실시간 방송이다. 스타캐스트에 출연했던 스타들이 V앱을 통해 생방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빅뱅, 방탄소년단, 위너, GOT7, 에이핑크, 비투비, 비스트, AOA, 빅스, 씨엔블루, 2PM, 미쓰에이, 걸스데이, B1A4,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주로 아이돌 가수 위주로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배우로 대상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팬들도, 스타도 모두 즐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점은 녹화방송이 아니기에 부담이 없는 V앱 생중계의 가장 큰 장점이다. V앱을 통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볼 뿐만 아니라, 예능 및 가요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자유롭고 솔직한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물론 실시간 생방송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는 녹화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즐거움을 주며 팬들의 이목을 끌어당긴다. 많은 준비를 하고 시작한다해도 결국 생방송인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실수도 꺠알 같은 재미로 다가온다. 비록 8분~30분 이내로 짧은 시간의 방송이지만 팬들의 요청을 즉각 수행하며 큰 재미를 안긴다.
평론가 공희정은 OSEN에 "스마트폰이 2008년 등장하면서 매체 이용에 큰 변화가 생겼다. 가령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하고 VOD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보는 것이 그러하다"며 "시청자들이 TV로부터 이탈하고 본 방송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시기에 '마리텔'이 소통을 내세우며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생방송을 하고 편집분을 다시 TV를 통해 보여주면서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지상파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부분에 도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V앱 역시 같은 맥락이다. '마리텔'과 함께 소통을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최근에는 역사와 전통 깊은 '아침마당'도 문자로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으며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purplish@osen.co.kr
V앱 및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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