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수명이 5년'이라는 말은 순전히 옛말이 됐다. 최근 아이돌이 연기와 예능,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면서 이들의 수명은 더 길어졌다. 솔로와 그룹 활동을 병행하거나 유닛을 결성해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매일 쏟아지는 신곡, 거의 매일 데뷔하는 신인 가수들 속에서 7~8년차를 많은 선배 아이돌들의 활약이 여전히 두드러지고 있다. 1세대 아이돌인 H.O.T와 S.E.S가 나란히 5주년을 지나 6년차에 해체했고, 젝스키스가 4년차에 해체한 것과 비교해 보면 현재 아이돌의 수명은 매우 길어졌다. 가요계에서 아이돌의 수명이 5년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아이돌의 수명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요즘이다.
# 연기·예능·뮤지컬 진출 분야 많아졌다
아이돌 수명이 길어진 이유는 결국 활발한 개인 활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과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연기에 도전하거나 다른 분야로 나설 때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병행하면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이 이미지를 쉽게 지우기 힘들었다.
반면 요즘 아이돌 그룹 중에는 그룹 내 연기를 하지 않는 멤버가 거의 없을 정도. 데뷔 9년차가 된 걸그룹 소녀시대만 봐도 멤버 윤아와 유리, 서현, 수영이 연기 활동을 병행했다. 6년차 보이그룹 인피니트 역시 멤버 호야와 우현, 성열, 엘이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
그런가 하면 예능은 아이돌이 딱 뜨기 좋은 소재다. 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 박형식은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를 통해 대세로 등극했다. 또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과 규현 등이 SBS '강심장'과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를 통해 입담 좋은 MC로 이미지를 굳혔다.
또 뮤지컬에서도 아이돌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룹 JYJ 멤버 김준수는 막강한 티켓 파워와를 가진 뮤지컬배우로 성장했고, 요즘 개막하는 뮤지컬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없는 공연이 없을 정도다. 음악에만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연기와 예능,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아이돌'의 범위가 더 넓어졌고 더 오랜 활동이 가능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 따로 또 같이..그룹 활동도 다양하게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과 함께 그룹 내에서, 탈퇴나 해체 없이 솔로나 유닛 활동이 가능해졌다는 점 또한 아이돌의 수명과 연결된다. 장수그룹 빅뱅은 멤버 각자의 솔로 활동은 물론, 유닛 GD&TOP와 GD&태양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워낙 각자가 가진 능력이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솔로와 유닛 활동은 그룹에 더욱 다양한 색깔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소녀시대 역시 태연과 티파니, 서현이 태티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슈퍼주니어도 규현의 솔로나 슈퍼주니어-K.R.Y, 슈퍼주니어-D&E 등 꾸준히 팀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한 가지 모습으로 일관된 그룹이 아니라,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부각시키고 더 많은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활동으로 생명력을 늘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멤버 탈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녀시대나 에프엑스처럼 빠르게 재정비 후 기존 멤버들로 활동을 이어가거나 원더걸스처럼 원년 멤버가 다시 합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또 카라처럼 새로운 멤버를 합류시키면서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제약적이었던 과거 아이돌 시장에 비해 현재 가요계, 아이돌 시장이 매우 유연하고 폭 넓어졌다는 의미다. /seon@osen.co.kr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