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일럿 예능 '18초'가 화려한 출연진 라인업, 그리고 중독성 높은 영상을 남긴 채 퇴장했다. 어쨌든 2회 방송 동안, 어떤 프로그램인지에 대한 맛은 확실히 보여줬다.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18초' 2회에서는 제한시간 동안 18초의 영상을 제작해 조회수 배틀을 벌이는 경기가 지난회에 이어 그려졌다. 참가자는 찬열(엑소), 영화감독 봉만대, 김종민, 김나영, 소유(씨스타)를 비롯해 프로파일러 표창원, '영국남자 조쉬', '월급도둑' 등 온라인 유명인을 포함한 총 8팀이 경쟁을 벌였다.
색깔은 확실했다. 앞서 MBC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비주류 문화였던 인터넷TV를 주류와 결합시킨 것처럼, 개인이 만든 영상을 TV 플랫폼과 연계를 꾀했다. 특히 총 8팀의 실황이 다원 생중계, 스튜디오에서는 MC 이경규와 배성재 아나운서가 이와 관련된 토크를 주고받는 형식의 포맷은 분명 신선한 시도임에 분명했다.
또한 이미 어느 정도의 팬덤을 구축한 스타급 참가자들이 대거 참여해, 초반부터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볼거리다. 찬열은 묘기당구 영상 업로드가 늦어지면서, 1차 순위발표시 꼴찌라는 소식을 듣고 "눈물날 뻔 했다"는 말로 의외의 승부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이후에는 동료 백현까지 힘을 보태,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했지만 말이다.
방송적 재미요소는 의외로 꼴등을 했던 봉만대 감독에게 있었다. 봉 감독은 '에로영화계의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호텔에서 첫 장면을 야심차게 시작, 이후 지상파의 수위를 넘나들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결국 시종 하위권 순위에 머물자, 중후반부에는 허접한 CG를 삽입한 블록버스터 장르로 변환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결국 댓글을 통해 진행됐던 스토리 전개는, 급작스럽게 남녀 주인공 두 사람의 키스신으로 마무리됐다.
2회의 방송 만에 문제점도 상당 부분 노출됐다. 기존 아이돌 팬덤을 구축한 참가자를 넘어설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결국 실패했고, 실시간 중계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지루한 화면들이 반복적으로 지속됐다.
비교 대상이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경우 출연자들이 2시간씩 촬영한 것으로 1회 방송을 완성하는 것과 달리 20여 시간을 촬영해 2회 분량을 찍는다는 설정 역시, 게다가 이를 생중계하며 토론을 벌인다는 발상은 누가봐도 무모한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밀도있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고, SNS를 활용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채 단순 조회수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점 역시 아쉬운 요소로 꼽혔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터넷TV의 전성기를 부활시켰듯, '18초' 역시도 한때 인기를 누렸던 UCC(User Created Contents)와의 윈-윈을 꾀한 점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부족한 요소들을 가다듬고, 좀 더 실효성 있는 구성이 곁들여진다면, 파일럿을 넘어 정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gato@osen.co.kr
'18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