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당신 외모가 매일 랜덤으로 결정된다면?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8.19 08: 57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추남과 미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면 십중팔구 뒤에서 이렇게들 수군댄다. “저 남자가 돈이 많은가 보네.” 이번엔 거꾸로 추녀와 미남이 투샷에 포착되면 대개 “여자 집안이 크게 임대업을 하나 보다”라고 넘겨짚는다. 그런데 누가 봐도 얼꽝인데 서로 빙수 떠먹여주는 커플을 보면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뭐야? 쟤네들 진짜 사랑하나봐”라고.
 ‘뷰티 인사이드’(백감독)는 자고 나면 외모가 바뀌는 남자와 그의 정체를 알고 갈등하는 여자의 조바심을 그린 멜로다. 남자들은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감성 무비. 웹툰에서조차 빌려 쓰지 않을 것 같은 허무맹랑한 소재이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면 10분 안에 이 판타지에 두 손 두 발을 들고 집중하게 된다.
 박서준 이진욱 유연석 같은 훈남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날마다 개운하겠지만 그날그날의 비주얼이 랜덤으로 결정된다는 게 함정. 유명 가구 디자이너 우진은 ‘잘생김’으로 세팅된 날, 첫눈에 반한 이수(한효주)를 찾아가 고백해 데이트를 받아낸다. 하지만 며칠 밤 불면의 후유증으로 지하철에서 깜빡 조는 바람에 대머리로 바뀌어 뒷목을 잡게 된다. 순조로울 것 같던 데이트가 걷잡을 수 없게 꼬이는 우진의 상황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음직한 일의 연속이라 연신 큭큭 웃게 된다.

외국인, 여자, 심지어 꼬마를 거쳐 고대하던 이진욱의 얼굴로 거듭난 날, 관객은 일제히 ‘이제 됐다’며 마음속으로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둘의 주선자도 아닌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두 남녀를 절박하게 응원하게 되는 건 신선함으로 무장한 이 영화의 미덕이자 동력이다. 위태롭던 두 사람이 이진욱이라는 솔루션을 통해 극적으로 봉합될 찰나, 이들에게는 또 한 번의 예기치 않은 시련이 찾아든다.
 제목부터 내면을 강조한 ‘뷰티 인사이드’는 극적인 사건이나 에피소드 중심이 아닌, 사랑이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남녀의 디테일한 심리 변화와 갈등, 극복과 자기 정화에 청진기와 현미경을 동시에 들이댄다. 진실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욕망이 진정 내 것인지, 아니면 외부로부터 온 것인지, 타인의 욕망을 마치 내 것인 양 착각하고 사는 건 아닌지 영화는 쉼 없이 묻고 관객에게 답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쉴 새 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우진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초 남짓 스쳐 지나가는 스틸까지 모두 123명의 우진이 등장하고, 대사가 주어진 얼굴 알려진 21명의 배우들이 우진을 연기한다. 모두 성인 남성으로 채워졌더라면 영화의 밀도가 한결 더 촘촘해졌을 테지만 상업성과 의외성을 위해 박신혜, 고아성, 우에노 주리까지 총동원됐다.
 합판으로 찍어내는 OEM 공장 가구가 아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수제 가구 디자이너 우진의 직업은 날 알아봐주는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이 영화의 귓속말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또한 실물 보다 화면에서 한층 돋보이는 한효주는 왜 한국 영화가 그를 주목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낸다. 고난이도 기술 점수가 부여된 트리플 악셀까지 거침없이 해내는 빙판 위 김연아를 보는 느낌이었다.
 CF와 뮤직비디오 감독에 대한 선입견이겠지만, 예쁜 화면과 앵글에 비해 중반부터 급격히 느슨해지는 드라마와 진부한 결말은 아쉬웠다. 우진의 정체를 알게 된 이수의 뒷걸음질과 이별, 재회가 이 영화의 기발한 발상에 비해 너무 평면적이고 뻔했다. 12세 관람가 대신 대사와 표현 수위를 좀 더 높여 15세로 맞췄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우진으로 동참해준 수많은 배우들의 분량 안배 탓이었겠지만 몇몇 부분은 과감히 통편집 했더라면 오히려 이야기의 긴장감이 보톡스 효과처럼 팽팽해졌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웃음 포인트로 활용된 김상호와 조달환 김희원 장면도 동어반복 같았고, 영화가 말하려는 것과 달리 오히려 외모 지상주의를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자괴감도 살짝 들게 한다. ‘연평해전’으로 초여름을 시원하게 보낸 NEW가 추석 연휴까지 5주 롱런을 목표로 내놓은 야심작이다. 20일 개봉./bskim01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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