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박재정은 애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엠넷 ‘슈퍼스타K’ 시즌 5의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던 것이 벌써 2년 전. 그 때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이제 대학생이 됐다. 말쑥한 슈트가 잘 어울리는 점잖은 외모는 그대로다. 그럼에도 “옛날 내 무대를 보면 오그라든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이해하고, 인식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목표”라는 그에게서는 아직 여물지 않은 소년의 풋풋함이 묻어났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레진코믹스 브이홀에서 열린 미스틱 오픈런(MYSTIC OPENRUN) 공연에 앞서 박재정을 만났다. 미스틱 오픈런은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들에게 더 많은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팬들에게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자 지난 5월부터 꾸려진 일종의 릴레이 공연. 이날 박재정은 ‘슈퍼스타K’에서 함께 했던 아카펠라 그룹 네이브로와 무대 1, 2부를 꾸몄다.
무대에 서기 앞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다소 긴장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옮기고 처음으로 하는 공연이라서 되게 준비를 많이 했다.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기분 좋은 설렘이 묻어났다. 슈트 차림으로 의자 위에 정자세로 앉은 그는 “(슈트는) 콘셉트다. 성숙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그런 생각이 있었다. ‘슈스케’ 때도 그랬는데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입는 옷을 입고 그런다. 오늘도 아버지와 같은 양복으로 맞춘 것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윤종신이 롤모델이라는 그는, 스승이 만드는 감성적이면서도 쓸쓸한 발라드를 제대로 부를 줄 아는, 그런 발라드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
“앨범은 계속 준비 중이에요. 지금은 방학이라 쉬고 있지만, 그동안 학교를 열심히 다녔고요. 공부를 열심히 했죠. (윤종신은) 가방끈이 긴 사람 좋아한다고 농담을 하고는 하세요. 윤종신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셨어요. 20살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라고. 그래서 학교생활도 하고, 공원도 걷고, 그런 스무 살 초반에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느껴보라고요.”
20대 초반에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단연 풋풋한 연애를 빼 놓을 수 없다. 아쉽게도(?) 박재정은 여자친구가 없다고 했다.
“연애는 태어나서 딱 세 번 해봤어요. 초등학교 때 6학년 때 한번, ‘슈스케’ 전까지 누나들이 있었고요. (웃음) 학교도 다니고 자연스럽게 여자도 만날 수 있는데 뭔가 안 되는 거 같아요. 전 노력해요. 그런데도 못 만난 건지 안 만나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요즘 좋아하는 사람은 딱히 없어요. 작년 겨울까지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어요.”
그는 최근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이자 스승인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다.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는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자연스럽게 윤종신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보다 원래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저는 변화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윤종신 선생님을 원래 좋아해서 인터뷰 할 때도 롤모델이 윤종신 선생님이라 얘기했었죠. 시너지를 얻고, 배우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됐어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라는 점보다, 윤종신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커요. 선생님과 저는 형식상의 대화를 한 적이 없어요. 스승과 제자의 마인드로, 물 흐르듯 이끌려서 온 것 같아요. 저는 좋고 행복해요.”
그래서일까? 공연을 위해 준비한 곡들은 대부분 발라드 곡이었고, 그 중에서도 윤종신이 작곡한 노래들이 많았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 ‘내일 할 일’, ‘애니’, ‘1월부터 6월까지’ 등 윤종신의 발라드 곡들은 이번 무대 위에서 박재정의 목소리를 통해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너무 행복해요. 배우는 게 행복해요. (새 회사에서 윤종신과 함께 하며) 깨닫는 게 있고, 음악적으로도 행복하고요. 엄마, 동생도 한국에 있지 아빠도 곧 오시지, 학교도 열심히 다니지, 여자친구는 생겼으면 좋겠고요. ‘여자친구만 있으면 되겠네’ 이런 마음이에요. (웃음) 이렇게 좋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을거에요. 놓치고 싶지 않아요. 회사 사람들도 너무 좋아요. 인성으로 뽑으시는 거 같아요. 다들 너무 따뜻하고요. 뭐든 챙겨주시고요. 이게 윤종신 선생님 덕분이에요.” /eujenej@osen.co.kr
미스틱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