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희가 달라졌다. 언제나 부족한 연기력으로 아쉬움을 샀던 김태희가 ‘용팔이’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는 우려와 달리 캐릭터에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과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물론 여전히 동그랗게 뜬 눈이 거슬리는 순간이 있긴 하지만, 5회만 봤을 때 크게 연기적으로 문제가 되는 구석은 없었다. 그가 데뷔 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녔던 ‘연기력 논란’을 드디어 끝낼 것인가.
지난 19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 5회는 이 드라마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변곡점이었다. 인위적인 식물인간이었던 한여진(김태희 분)이 김태현(주원 분)의 도움 하에 눈을 뜨게 되는 것. 돈이 필요한 태현과 병원을 나가야 하는 여진은 그렇게 아슬아슬한 친구가 됐다.
그동안 여진을 연기한 김태희는 누워 있어야 하는 극중 설정 탓에 별다른 비중이 없었다. 여진이 왜 누워있는지에 대한 설명인 몇 장면만 있었을 뿐이었다. 다만 중간 중간에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 어색한 표정과 발성으로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5회가 김태희라는 배우에게 중요했던 순간이었던 것. 일단 김태희는 극의 방해가 되는 ‘민폐녀’는 아니었다. 특히 믿었던 가족의 배신으로 차갑게 변한 여진이라는 인물과 잘 맞아떨어졌다. 여진은 도도한 표정과 새침한 말투에도, 핏기 없는 얼굴과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손과 몸이 어쩐지 불쌍하게 여겨지는 인물. 김태희는 이 같은 여진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동정심 유발하는 장치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연기 내공이 확 늘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 배우인 주원과의 묘하게 설레는 조합을 잘 만들어냈다. 또한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난 후 두려워서 일부러 태현을 세게 밀어붙이는 안타까운 속마음을 잘 표현했다. 화를 내야 하는 순간마다 동그랗게 눈을 뜨는 김태희의 오랜 습관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몰라보게 성장한 것까진 아니지만, 일단 그가 여진이라는 인물에 완벽히 빠져들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데뷔 후 줄곧 따라다니는 부족한 연기에 대한 날선 지적이 들어갈 만하게 연기를 했다.
김태희가 연기력 논란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문제다. 그가 여전히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선이 확 바뀌는 대목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 김태희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이대로 배우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웃기고 짠한 커플인 태현과 여진의 로맨스 조합이 재밌는 것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캐릭터와 김태희가 잘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제작진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한편 ‘용팔이’는 장소와 고객불문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치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 외과의사 '용팔이'가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 '잠자는 숲속의 마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 jmpyo@osen.co.kr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