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정말 예쁘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관람하고 나면 머릿 속에 남는 게 이 생각.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영화가 시작하고, 흘러가고,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관에 앉아있는 관객 머릿 속을 (더욱이 남자라면) 표류하는 생각이 바로 이것. 심지어 집에 돌아가는 길과 다음날까지도 이 같은 생각에 휩싸인다. '뷰티 인사이드'에 나오는 한효주는 그만큼 예뻤다. '한편의 화보나 CF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딱 적합하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남자 우진, 그리고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 이수, 사실 이게 '뷰티 인사이드'를 구성하는 내용의 전부. 이 참신하기 그지없는 설정 하나를 스토리에 꾹꾹 눌러담아 126분의 런닝타임에 펼쳐놓은 게 바로 '뷰티 인사이드'다.
'뷰티 인사이드'가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인텔&도시바 합작 소셜 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 2012)'를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을 접하면, 이같은 설명이 조금 더 쉽게 이해된다. 물론 광고와 달리 후반부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구조와 결말이 새롭게 덧붙었지만, 영화 자체의 독특한 설정에 비하면 그닥 신선한 구석은 없다. 추가된 전개는 예측 가능했고, 구성은 타 영화들에 비해 촘촘함이 없다.
그럼에도 '뷰티 인사이드'는, 영화관에 앉아서 큼직한 스크린으로 즐길만한 가치가 분명 충분한 영화다. 앞서 언급한 모든 것들을 심각하지 않게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뷰티 인사이드'가 (문학에 비유하자면) 흡사 '시적인' 영역이라는 느낌이 짙게 묻어나는 영화기 때문에다. 플롯과 문맥이 조금은 엉성하게 뒤틀려 있어도, 아름다운 영상에 포근하게 감싸진 그 상상력만큼은 관객의 머릿 속에 들어와 적절하고 훌륭하게 펼쳐져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설정에 데이빗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를 떠올리기도 하고, 비밀을 감춘 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음지에서 특정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설정에서 짐 자무쉬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아담(톰 히들스턴)을 연상할 수도 있다. 어쨌건,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남들이 그저 밥 먹듯 쉽게 하는 사랑조차도, 가혹하다는 데 있으니깐.
전반적인 내용을 짚어보면, 확실히 '우진'이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설정으로 인해 무려 123명의 우진이 등장하는 통에, 영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는 이는 우진을 사랑한 이수(한효주 분)다. 햇살이 사방팔방으로 번져 유독 포근함이 느껴지는 화면은 이런 이수를 런닝타임 내내 봐도 전혀 지겹지 않게 돕는다. 시선이 멀지도 않다. 클로즈업 된 바스트신이 정말, 엄청나게, 자주 등장해 바로 곁에서 이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관객은 자신이 얼굴이 수시로 바뀐 '우진'에 대입시켜 볼지도 모르는 일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사랑에 서툰 우진에게 자신의 첫사랑 시절을 대입해 떠올려 볼 수도 있고, 변하는 얼굴들에 각기 다른 감탄사를 다양하게 내뱉을 수도 있다. 또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음악을 곱씹어 보는 재미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품게 될 생각은 역시 '아, 한효주 예쁘구나'라는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효주가 도대에 왜 이토록 '대체불가 여배우'라고 불리는 걸 새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한효주가 아닌 다른 여배우의 '뷰티 인사이드'는 감히 생각조차 해볼 수가 없으니깐 말이다.
8월 20일 개봉. / gato@osen.co.kr
'뷰티 인사이드'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