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수가 KBS 2TV 예능 '나를 돌아봐'의 제작 PD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를 향한 거센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네티즌들은 최민수를 향해 "우리는 추하게 늙지 말자" "중2병에 걸려있는 사람" "드라마속의 배경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사는 사람인 것 같아" "사람이 거만한 것도 모자라 폭력적이어서 보기 싫다" 등 칼보다 무섭고 날카로운 댓글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부정적인 반응은 최민수에 대한 그간의 정서가 곱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 배우로서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며 여러 작품을 흥행시켰지만 예측이 어려운 행동, 유달리 짧게 느껴지는 단답형 멘트, 험상궃게 굳어있는 표정, 톤이 낮은 목소리 등의 외적인 요소가 그를 '8차원'으로 규정하게 했다. 여느 개그맨들이 개그 소재로 최민수의 말투를 사용하며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어느 새 우리에게 최민수는 비난과 조롱거리로 자리잡은 듯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벌어졌던 이 모든 일들이 전적으로 최민수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주관대로 행동해 온 탓에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불편을 겪어도 오해를 풀지 않고 그냥 그렇게 물 흐릇이 넘겨왔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배우가 대중에 잘못 비춰지는 크나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말이다.
지난 19일 오후 최민수가 '나를 돌아봐'의 외주제작사 코엔 소속 제작 PD의 턱을 가격했고, 해당 PD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제작진과의 갈등은 최민수가 사과하면서 하루도 안 되어 봉합됐다.
제작진은 이튿 날인 20일 오전 최민수가 먼저 해당 PD를 찾아와 진심어린 사과를 건넸다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넘쳐 발생한 일인 만큼 PD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선 최민수에게 오해를 풀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원만히 화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논란을 일으킨 것에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이번에 불거진 PD와의 신체 접촉 사건에서 최민수의 잘못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를 옹호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시비가 붙었으면 참고 또 참았어야 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 차이가 생겨도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원만하게 넘어가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최민수는 이번에도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예능에 출연해 본래의 모습을 숨기고 대중적 인기를 누리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된 멘트와 행동을 하는 여타 연예인들과 다른 행보다.
'문제적 남자'로 낙인 찍힌 최민수를 좀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그는 '나를 돌아봐'에서 자신보다 한참 어린 후배 이홍기의 매니저로 활동하며 꾸미지 않은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남남(男男)케미'가 보기에도 재미있다는 호응이 이어졌다. 최민수가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에 보답하고자 더 열심히 해보려는 욕심(?)에 제작진과 의견 차이를 보이다 이 사단이 나게 된 것이다.
최민수를 향해 환호와 지지를 보내던 사람들의 배신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사건의 정황을 알지 못한 채 마녀사냥식 접근으로 그를 향해 가자미 눈을 뜨는, 덮어놓고 나쁜 놈으로 규정하는, 마녀사냥식 비판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나를 돌아봐'는 타인을 통해 자아성찰을 한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했다. 최민수는 아이돌그룹 씨엔블루 멤버인 이홍기의 매니저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 purplish@osen.co.kr